요가 매트 위 정동(情動)

마음 괜찮은 날이 쌓이면.

by 플랫화잍

우리의 눈이 바로 지금 보는 것은 0.1초 전의 사건이라 한다. 눈은 늘 정면을 향했지만 실제 보는 것은 과거다. 그러니 우리는 현재를 영원히 볼 수 없으며, 볼 수 없는 현재는 늘 ‘비어있음’으로 지나간다. 현재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데, 하물며 ‘내 마음’이라니.


가겠다는 사람 하나 붙잡지 못하면서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도는 애당초 허사 일지 모른다. 마음 챙김이니, 힐링이니, 썩 내키지 않는 이유다. 내 마음 나도 모르는데 열 발자국 떨어진 네 마음 어찌 알까. 그래서 실체가 없는 마음을 전심전력으로 전할 때 ‘진심’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날의 ‘진심’은 진짜 마음이 아니며 지금도 형언할 수 없다는 에두른 고백이 되려나.


내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면면은 ‘앞모습’이다. 우리는 앞면만 보며 산다. 감추고 싶은 뒷면이나 속내는 부러 뒤집어 알아내지 않는다. 마음 가까이 둔 이에게 송두리째 뒤집어 내보이지도 않는다. 단지 내 앞모습이 어찌 비칠지 몰라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뒷모습을 제쳐두고 앞모습을 꾸미려 애쓴다. 내가 가장 예뻤던 날은 몹시 쓸쓸했거나 불안했던 날에 가깝다.


나는 더 이상 예쁘지 않다. 이만큼은 솔직해도 된다. 이해하려 애쓰는 것, 그리고 인정하는 마음은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시선을 바꾸는 것만으로 근육의 쓰임이 달라지는 것처럼.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은 미세한 움직임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같다. 온전한 이해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고개 끄덕이고 어깨 나란히 안아주면 그뿐이다. 당장은 내 마음 풀어낼 길 없어 주저할지라도 지금의 멈춤은 정지일 수 없다.


그리 많지 않은 선택지 앞에 오늘도 맨발로 선다. 모든 생각이 멈춘다.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비비며 숨소리를 가다듬어 본다. 손을 뻗고, 치솟는 어깨를 끌어내리며,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 ‘무한 긍정’과 ‘노오력’은 종종 우리를 배신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재지 않고, 부끄러운 내 모습 개의치 않는 지금. 나에게는 오직 지금만 있다. 새벽, 요가 매트 위에서는 세상 누구보다 시간과 마음을 잘 쓰는 것 같아서 돌아오는 길에 실없이 웃는다. 제법 괜찮은 날이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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