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이 살아가는 법
음감을 구별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절대음감과 상대음감
절대음감은 음을 들었을 때 바로 그 음이 무엇인지 안다. 가령 D#을 건반에서 누르면 기준음이 없이도 D#이라고 맞추는 것이다.
상대음감은 기준음을 알고 있을 때 다른 음과의 간격을 통해 음을 인식하는 방법이다. 도(C)를 듣고 파(F)를 주었을 때 완전 4도 위의 음이 들리니 파(F)를 맞추는 것이다.
음악에서 '완전'이라는 뜻은 화성적으로 안정감 있고 순수하게 들리는 음이다. 1,4,5,8도가 완전음정이다. 그래서 이 앞에 ‘완전’이란 마크가 붙는다. 한 번 연주해 보면 불협화음이 느껴지지 않으며 편안하다.
누구나 완전 4도를 쉽게 외우는 법.
'완전 4도'란 한 음에서 네 번째 음까지의 거리이며 그 안에 두 온음과 한 반음이 있다. 예를 들어 도-레-미-파(C-D-E-F)의 간격이 바로 완전 4도이다.
반음은 서로 붙어있는 음 두 개의 거리, 온음은 반음 두 개를 합친 거리를 말한다. 그러니까 피아노로 설명하자면 반음은 검은건반이든 흰건반이든 바로 붙어있는 음이고, 온음은 건반 하나를 건너뛴, 두 번째로 붙어있는 음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애국가를 부를 때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자동적으로 나올 것이다. 여기서 '동-해'의 음정이 완전 4도이다.
이 사실을 알았으니 누구든지 이제부터 어떤 기준음을 주면 그 음에 대한 완전 4도를 알 수 있다.
만약 G#이 기준음일 때 C#를 들려주며 이게 몇 도인지 맞추는 문제가 주어졌다. 이제 기준에서 '동해'를 흥얼거려 보면 이게 완전 4도인지 아닌지 알게 된다.
완전 5도는 한 음에서 다섯 번째 음까지의 거리로, 세 개의 온음과 한 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도–솔(C–G)'이 대표적인 완전 5도이다.
여기선 ‘반짝반짝 작은 별’을 활용할 수 있다. '반짝반짝'의 음정이 '도도 솔솔'인데 짝-반의 거리가 완전 5도이다. 그러니 이 노래를 알고 있으면 무슨 음이 기준음이 되든 완전 5도의 음정을 부를 수 있다.
이처럼 각 음정 사이의 간격을 외우고, 기준음과의 차이를 계산하여 다른 음을 인식하는 능력이 바로 상대음감이다.
https://youtu.be/fS7yiD6cz8A?si=Hi_BrSF_6xhG7e0x
반짝반짝 작은 별 변주곡 - 모차르트
나는 절대음감이다. 이건 보통 타고난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음감의 느낌은 잘 모르겠다. 음악을 들으면 그 노래의 조(key)와 코드(chord)를 캐치해 피아노 몇 번 두드리면 연주할 수 있고, 금방 외울 수 있다. 어렸을 적엔 드라마 ost, 광고 CM송 등 듣고 바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놀았다.
음악에서 표준 음높이(Standard Pitch)는 ‘A4(라)’인데 440Hz이며, 이 음을 기준으로 모든 악기의 조율을 맞춘다. 오케스트라에서도 연주 전 현악기 연주자들이 튜닝을 위해 한 음을 길게 긋는데 그 음이 바로 '라'인 것이다.
나는 갑자기 뜬금없이 '라'음을 허밍으로 체크할 때도 있다. 지나가다가 노랫소리가 들리면 '어 이건 이 조(key)인가? 생각이 되며 피아노 앱을 틀어 확인한다. 영화를 보다가도, 영상의 짤막하게 나오는 꾸밈음도 음정 체크를 할 때가 있다.
처음 보는 노래 악보인데 피아노 반주와 서로 조(key)가 다르면 내 머릿속의 생각은 두 개로 나누어진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악보에 있는 음을 읽자마자 그 음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들리기 때문에, 조(key)가 다르면 머릿속에서 들리는 소리와 실제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가 불일치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때 기분이 '오잉' 이런다. 귀가 어색하다.
노래할 때 정확한 음보다 높거나 낮게 부르면 '피치가 안 맞는다'라고 표현한다. 내가 노래할 때도 내 소리의 피치가 맞지 않으면 신경이 쓰여서 노래 자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아무튼 귀도 밝고 소리에 예민하다. 잠자다가 새벽에 가족들 알람이 울리면 이 방, 저 방 끄러 다니고 누가 코 골면 잠을 못 잔다.
나의 음악 인생은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엄마의 꿈이 피아니스트였어서 그런지 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피아노를 배우며 엄마와 엄청 싸웠다. 오죽하면 7살짜리 어린이가 피아노 책에 엄마 이름 'XXX 바보'라고 적었을까. 그 책은 어린이를 위한 소곡집 '엘리제를 위하여'가 포함된 책이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초등학교 들어가며 피아노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중학교 때까지 계속 배웠는데 선생님이 피아노 전공하라고 권유를 했다. 손에 힘도 좋고 타고난 음악적 재능도 있었다. 근데 난 피아노를 전공하기는 싫었다.
그래도 살면 살수록 음악을 연주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어주는지, 점점 더 깨닫고 있다. 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내고 그리고 그 음악을 따라 흐르는 느낌을 받을 때 잠시 현실을 잊는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 나의 에너지는 건반 위에 얹어지며 그 안에 푹 빠지는 것이다.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능력은 감사하게도 14년째 교회에서 반주로 쓰임 받고 있으며 나도 모르게 계속 훈련되어 왔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 어느 정도 음악을 들으면 ‘이 코드로 진행되겠구나’ 자연스레 알게 되고 다른 악기들과 합주를 할 땐 치고 빠짐의 순간적인 조절이 가능하다.
음악으로 표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 시공간을 초월한 느낌을 때때로 받는다.
그림이든 악기든 글이든 몸이든 표현하는 행위는 인간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매일 보는 영화나 광고에서 음악이 빠지면 매우 이상할 것이다. '어 이 타이밍엔 무슨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 느낌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매 순간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음악과 밀접하게 함께 살아간다. 어쩌면 음악은 가장 친근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노래는 듣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고, 어떤 소리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감정을 끄집어내기도 한다. 사랑, 희망, 고독, 환희, 외로움, 슬픔, 아픔, 평화 등 어떤 감정도 표현하고자 하면 표현할 수 있다.
음악이 공감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다. 그것은 인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묘하고도 특별한 능력이다.
예술로서의 음악은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며, 때로는 그 어떤 언어보다도 강력한 전달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이유이다.
音 음 : 소리
樂 악: 즐거움
'소리를 즐기는 것'
오늘 좋아하는 음악 들어보는 거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