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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난달 Jun 29. 2020

단편 습작

3

"글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 성공하고 싶은 거 아니에요?"


"한 문장을 써보면 그다음은 저절로 쓰입니다. 지금 시작해보세요."


"웹소설이요? 그렇게 간단할 것 같아요? 너무 만만하게 보시네요."


"사실 순수문학, 순문학이라는 말도 이상해요. 그냥 하나의 글일 뿐인데요. 저는 그냥 사람들이 읽고 좋아해 주시는 글을 쓰고 싶어요. 문학이냐 아니냐 이런 잣대보다는요."


"글쓰기는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해요. 올드보이 보셨죠? 최민식이 어떻게 15년을 버텼을까요? 만두? 증오심? TV? 아니죠. 자서전을 썼기 때문이에요."


"작가라는 말을 달고 은퇴했다는 사람 보셨나요? 작가는요, 한 번 작가면 영원히 작가예요. 이런 면에서는 해병대랑도 좀 비슷하군요."

"네가 무슨 글을 쓰냐. 글은 뭐 아무나 쓰면 되는 거야? 요즘은 뭐 같잖은 애들도 작가라고 난리야, 거참"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날의 감정과 생각, 냄새 뭐 그런 것들 있잖아요? 그 모든 게 소재가 돼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글쓰기."


"보라색은 죽음이 아니라 그냥 제가 좋아하는 색이에요. 제발 무슨 의미를 담지 마세요.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은 작가의 생각이 아니라 교과서 저자의 생각을 찾는 것 같네요."


"일기, 매일 쓰셔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하실 건가요? 아무런 반성과 발전 없이는 결국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입니다."


"요즘 웹소설 시장이 그렇게 크대. 우리도 한 번 써볼까?

re: 그래요 우리가 필력이 모자라겠어요? 아니면 아이디어가 없나요. 까짓 거 우리도 해봐요~

re: 응원합니다~

re: 오 쓰니님 이번 공모전 좌표 여기네요 어서 찾아가서 화력 보여줍시다 ㄱㄱ"


"글쓰기는 부업으로 정말 괜찮아요. 다른 것들에 비하면 작은 공간에 컴퓨터나 노트북만 있으면 되잖아요?"


"텍스트는 죽었어. 너도 어서 가서 영상 공부나 해. 나처럼 이런 과 교수 같은 거 하지도 말고."


"그래도 아이에게 멋진 엄마가 되려고요. 이렇게 쓰면 다른 분들에게 정보 공유도 되고요. 또 혹시 모르죠 제가 출간을 할지도요. 호호. "


"글쓰기는 일종의 해방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죠. 그러면서 자신의 궁극적인 욕망을 글에서 펼칠 수 있어요. 글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쓰는 사람이 그곳의 신이죠."


"오늘날의 구비문학은 새로운 형태를 지닙니다. 예컨대, 웹툰과 같은 형식으로 존재하죠. 이번에 영화도 2편 나온다고 합니다. 개봉되면 감상 후 A4용지에 자신의 생각을 분량 제한 없이 자유롭게 써봅시다. 아 참, 다른 형식도 상관없어요. 영상이나 웹툰 이런 것도."


"90년대 생을 넘어 00년대 생이 주 독자층이 되면서 책의 소비량은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에세이 분야만 그 명맥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분야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 시대와 더불어 모바일로 텍스트의 주류가 옮겨지는 상황 속에서..."


"아아, 제가 100만 조회수를 가진 작가가 될지 정말 몰랐다니까요! 인생은 정말 모르나 봐요!! 저 같은 사람도 글을 쓰니 다른 어떤 분들도 쓰실 수 있을 거예요. 모두 포기하지 말고 힘내서 써봅시다. 파이팅!"


"브런치에 읽을만한 글이 없다. 퇴사, 육아 요즘엔 코로나, 재택근무까지. 뭔 주제가 이리 같은지. 브런치 팀은 일 안 하나?"


"저희 출판사에서 새로운 작가를 찾습니다. 이번 프로모션엔 카톡으로 서비스되는 광고도 포함이니 절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재능 있는 분들의 많은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인기글 후기. 자고 일어나니 이렇게 알람이 많이 와있을 줄 몰랐네요. 많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1%의 영감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시간을 책상 앞에 앉습니다. 노력은 누구나 하죠. 다만 영감을 잡은 사람, 그런 사람들이 저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거죠."


"서툰 문장도 괜찮습니다. 자신만의 생각, 경험을 나눠주세요. 어떤 글도 작품이 되는 공간입니다."


"수준 이하의 문장으로 제발 책 쓰지 마세요. 적어도 자신의 글은 한 번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글은 그냥 쓰는 게 아닙니다. 치밀한 전략을 갖추고 체계적인 설계를 해야 하죠. 그것을 이번 클래스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쉽게 쓰인 글이 부끄러웠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쓰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야 그래서 무슨 학원 등록했다고?"


"국어학원 생각 중이야. 요즘 글 쓰는 게 재밌어서."


"국어 점수도 잘 나오면서 무슨 국어 학원이야. 수학이랑 영어 등록해 빨리. 안 그러면 너 나중에 좋은 대학 못 간대."


"아 역시, 그럴까?"


이젠 십여 년이 지난 그날 이후 나는 시인의 꿈을 버렸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내 손이 펜을 잡은 종이 위에 있을 때나 키보드 위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대학을 영상학과로 나온 건 잘한 일이었다. 정말 잘한 일이었다.










<사라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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