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신이 된 개냥이(4)

# 개, 저승의 신이 되다.(1)

by 도슨트 춘쌤

01. 신이 된 개냥이(3)-

[개, 저승의 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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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신을 만나기 전과 동일하게,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가겠습니다. 빨강과 파랑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의 테두리는 강렬합니다. 검은색 내에 있는 빨강과 파랑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냥 :점점 검은색에 모든 색들이 먹히는 것 같아요.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오듯이 말이에요.


개: 그 말을 듣고 보니, 노을 진 풍경 같기도 하네요. 해가 저물기 직전의 상황처럼 말이죠.


‘L'heure entre chien et loup’ 프랑스 말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개와 늑대의 시간’이에요. 해가 지는 그 순간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대를 말해요. 이집트인들에게 있어 강렬한 태양이 지며 밤이 오는 그 순간이 마크 로스코의 그림 「무제」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저는 그래서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을 붙여요.


냥: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뭔가 무서운 느낌도 드네요. 멀리서 다가오는 잘 보이지 않는 실루엣이 늑대 일지, 개일지에 따라 위협이 되기도, 든든하기도 할 테니깐 말이에요.


개: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늑대와 달라요. 더 인간들을 이해하고, 포용하죠. 벤 윌리엄스가 말한 것처럼 ‘당신의 얼굴을 핥아주는 강아지만 한 정신과 의사는 없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에요. 저는 이 말이 우리 개와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해요.


정신과 의사의 말이라 그런지 더 와 닿네요. 이집트 인에게도 마찬가지였나 봐요. 이집트 인들은 자신이 죽는 그 순간에 함께 하는 신을 개의 형상을 한 아누비스라고 불렀어요. 이 그림을 한 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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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두루마리 형식으로 된 「사자의 서」의 일부예요. 죽은 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볼 수 있지요. 보면 가운데 검은 머리를 한 개의 형상을 한 존재가 바로 아누비스예요.


냥: 자칼과 가까운 것 같은데요?


개: 자칼도 개과에 속하죠. 그리고 이집트의 개들은 이집트 파라오가 키웠던 살루키에 더 가까워 보여요. 살루키들은 긴 다리를 가졌고 키가 크며 털이 적었죠. 나일 강 유역의 환경에 적합한 신체의 사막 개였어요. 제 핸드폰에도 살루키 종의 친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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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사자의 서」에 나오는 아누비스와 살루키의 귀 모양이 다른 것 같은데요?

개: 그것은 당시 이집트 인들의 미의 기준에 의해 살루키의 귀를 잘랐기 때문이에요. 쫑긋 세운 귀를 세우도록 한 거죠. 덕분에 자칼의 이미지와 비슷해진 면이 있어요.

아누비스는 이집트 신화에서 지하세계의 신이었어요. 아누비스는 「사자의 서」에 나오는 것처럼 죽은 자를 지하 세계로 안내하고, 심판하는 심판관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요. 그래서 장례식을 진행할 때면 장례 사들은 미라를 만들 때 아누비스의 가면을 썼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한 가지가 있어요. 왜 아누비스의 얼굴은 검은색을 하고 있냐는 것이죠.


냥: 검은색은 어둡기 때문에 지하세계를 의미한 것 아닐까요? 저승의 색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저승을 상징하는 아누비스 신의 얼굴색이 검은색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예리한 분석이에요. 이집트에서는 검은색이 죽음의 색을 의미했어요. 나일강이 범람하면 많은 흙이 쌓이게 되는데, 영양분이 많아 매우 검었다고 해요. 아누비스의 역할에 주목하면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어요. 바로 미라를 만들 때 쓰는 재료 중 하나인 타르예요. 미라를 만들 때 타르가 사용되는데요. 타르는 검다고 합니다. 나일강의 홍수로 인해 땅이 물에 잠겼지만, 다시 영양가 가득한 검은흙이 깔리듯, 죽으면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다는 이집트 인의 사후 세계관이 아누비스를 통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개: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이집트 인들은 왜 아누비스를 개의 형상으로 만든 것일까요? 개의 어떤 모습 때문에 그런 것 인지 궁금해지네요.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6000년경에 인간과 개가 함께 살았다고 해요. 명확한 증거는 기원전 3500년~기원전 3000년경의 아쉬말리안 돌판에 새겨진 개의 모습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발견되죠. 이집트인들은 개를 ‘이위이위’라고 불렀는데, ‘멍멍이’라는 뜻입니다. 고양이처럼 울음소리로 이름을 지었다는 거죠.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개는 이집트인들에게 있어 평생을 함께 하는 동반자였어요. 그래서 이집트 인들은 자신이 죽어서도 사후세계에 개가 함께 가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요? 또 하나는 개가 가지는 속성 중 하나인 인간을 보호해주는 역할 때문이에요. 죽어서도 자신을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에요. 마지막으로는 죽은 시체 주위에서 배회하는 개들의 모습을 보며 저승세계와 연관시켜 이해한 것도 있을 수 있고요.


냥: 이집트 인들은 재미있네요. 고양이 신 바스테트는 다산과 풍요의 여신으로, 라는 태양의 신으로 섬겼잖아요. 개의 경우에는 저승의 신 아누비스로 섬겼다니 말이에요.

그만큼 동물들을 사랑했던 것일 수 있지요. 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죽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키우는 개가 죽으면 눈썹을 자르고 울었다고 합니다. 개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개: 죽음마저도 개의 형상을 한 아누비스 신에게 맡기며 인정하는 이집트 인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에요. “죽음을 무시하지 말고 인정하라. 죽음 역시 자연의 섭리 중 하나이다”라고 했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이 생각나네요.


이집트 인들은 죽음과 저승마저 긍정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것일지 몰라요. 그 가운데 아누비스 신이 있었던 것이고요.

개:이집트 문명과 동시대에 존재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개들을 어떻게 봤을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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