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소소한 시선이 닿는 순간
카페 창문 너머로 천들이 흩날린다. 천은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누군가의 힘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바람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천을 흔들 정도로 강력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천을 통해 드러내는 순간이다. 바람은 눈에 존재하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힘이다.
프란체스코 데 고야, <겨울>, 1786.
이런 바람의 속성 때문에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힘’을 의미한다. 때론, 누군가에게 바람은 매서운 삶을 살도록 만드는 눈보라 같은 존재이다. 고야가 그린 <겨울>이 그런 바람의 무서움을 잘 보여준다.
고야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화가이다. 그는 궁정화가이기도 했는데, 인간의 어두운 면과 광기를 잘 그려냈다. 그가 그린 <겨울>은 계절의 4부작 중 하나로서 매서운 바람이 느껴진다. 겨울 속 한파와 삭풍 속에서 험난한 앞길을 가야 하는 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바람은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나도 그런 일이 있었다. 실패와 좌절 속 누군가의 독설, 비아냥, 부당한 대우와 평가 속에 마음이 쓰렸고,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하는 직업이 맞을까?라는 회의감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인생의 바람이 너무 강하면, 사람을 만나기조차 싫어지고, 인생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잭 스펄링, <1866년 티 레이스 중의 바다 위 아리엘호와 태핑호>, 1926.
하지만 모든 바람이 매서운 것은 아니다. 도리어, 내 삶을 원하는 목적지로 이끄는 순풍의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잭 스펄링이 그린 <1866년 티 레이스 중의 바다 위 아리에호와 태핑호>가 그렇다. 그림은 1866년 런던의 템스강 하구에 태핑호를 따돌리며, 아리엘호가 먼저 들어오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중국 푸저우 항에서 런던까지 무려 3개월간의 레이스의 최종 승자는 아리엘호 였던 것이다. 아리엘호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람을 잘 통제했기 때문이다.
바람은 양날의 검이다. 때로는 내 인생의 삭풍이지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순풍이자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더 중요한 것은 바람의 종류와 상관없이, 그것을 잘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리에호처럼 말이다. 언제나 그러하듯 말이 쉽다. 현실은 그런 것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카페 밖의 바람에 흔들리는 천을 본다. 내 삶을 흔들리게 만드는 바람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안다면, 흔들린다는 것을 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천에게 묻고 싶다. 너에게 바람은 두려움이니, 설렘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