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n 년차, 빙상장에서 있으면 가끔 얼마나 탔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때마다 배운 건 n년 되었는데 빨리 늘지 못해 잘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오래 걸렸던 건 도대체 얼마나 걸린 건지도 모르니까.
나는 룹점프만 1년이 걸렸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오래 걸린 게 몇 개 있었던 것 같다.
잘 늘지 않았다는 것, 한때 주 5회 타러 다녔던 사람으로서 몇 개월 만에 되었다 솔직히 말하기 부끄러웠지만 원래 이런 걸 어떡하냐.
그때는 그런 질문조차 받는 게 싫었지만 진도를 다 성공시킨 지금은 이제 웃으면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는 있게 되었다.
좋아하지만 잘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강습생들에게서는 잘 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정작 선생님에게는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는 그렇게 잘 탄다는 건 아닌 게 아닐까. 초보의 눈에는 활주만 좀 해도 잘해 보이니까.
피겨를 배우며 계속 나에게 이 기술은 몇 개월 걸려서 성공했냐고 묻는 강습생이 있었다. 그 강습생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빨리 느는 부류에 속한 사람이었다.
항상 새로운 진도를 나갈 때마다
-그거 얼마 만에 성공했어요?
라고 물어봤다. 나는 그건 몇 개월 만에 된 건데 나같이 오래 걸린 사람이 없었다고(사실 나같이 잘 안 늘면 대부분 그만두는 쪽을 택한다..) 말하며 나보다는 빨리 될 거라 했다.
내가 꽤 오래 걸렸던 기술들 전부 그 강습생은 최대 3개월 컷으로 성공했다. 악의는 없었겠지만 언젠가부터 얼마 만에 성공했냐는 질문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이 운동을 그렇게 좋아했어도 이 운동을 얼마나 잘 해내지 못했는지 확인시켜주는 것처럼 스스로가 느껴졌다.
나쁜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느 날 그 강습생은 나와 진도가 비슷해졌고 그 당시 나는 플립점프를 연습하며 헤매고 있었다.
그때도 나에게 플립점프는 얼마 만에 됐냐며 뛰는 게 무섭다고 했다. 나는 아직 플립이 안정화되지 않은 것도 있고 중간에 코로나 때문에 휴장을 많이 해서 언제 배웠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안 그래도 느린데 코로나가 터지며 내 진도는 점점 더 느려졌다. 좀 해볼라 하면 휴장이라 진도를 나가는 건 고사하고 감을 안 잃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 강습생은 뭐하나를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나 소리를 크게 치는 버릇이 있어 뭘 하든 쳐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건 환호의 함성이었다. 그 강습생은 플립이 되었다며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