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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꽃 Oct 01. 2022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었다

저도 지상훈련해봐도 되나요?


중간에 선생님을 바꾸게 되었다. 바꾼 선생님한테 부탁해 상도 들어가게 되었다. 동신경이 없어도 매주 하다 보면 더디게라도 늘지 않을까 싶어 시작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 나는 지상을 그만두었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점이 나아졌는가를 생각해보면 나아진 점이 없었다.


회전수도 그대였고, 악셀은 감도 못 잡다.


나아진 걸 쥐어짜내보면

계단 3칸 뛰기 가능해지고

뒤로 중심이동 런지가 수월해진 것,

오른발 한발 뛰기가 좋아진 것,

오른발로만 계단 2칸 뛸 수 있는 것,

아치 자세가 가능해진 것

이런 것들이었다.


지상을 했던 이유는 악셀하고 싶어서였는데!


악셀은 성인피겨인들에게 있어 꿈의 기술이다. 하지만 연습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고 운동신경이 보통 이상은 되어야한다. 더군다나 30대에 피겨를 시작해서 악셀까지 성공한 사람은 내가 본 바로는 없었다. (외국 인스타에는 종종 있지만) 우리 빙상장 여자분들 중 30대 이상에 플립, 러츠를 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나는 러츠까지 다 뛰었고 운동신경 없고 나이가 있어도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러츠 다음 진도가 악셀이다.)


지상을 하며 체력 늘었냐 하면... 전혀 아니었다. 언제나 맨 뒤에서 힘들어했다. 선생님도 내가 피겨 지상에 참여한 사람들 중 나름 최고 고령자(....)라 그런지 배려를 많이 해주었다. 나이도 많은데 민폐가 아닐까 싶어 주말에 2시간 가까이 혼자 연습도 해보고 평일 강습이 끝 때 혼자 남아 연습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그대로였다.


몇 달이나 했는데 아직도 감이 안 잡혀?



-네.  


말하는데 나 스스로가 얼마나 어이없었는지 웃음이 살짝 날 정도였다. 그래도 선생님은 여러 번 지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봐주셨다.

문제는 선생님이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가며 했는데도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악화되었다는 거였다.


지상 할 때만 하지 말고 시간 나면 따로 악셀 연습 좀 하세요.



차마 수업 끝나고 40~50분 더 남아 회전 연습이랑 악셀 연습을 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주말에도 하는데. 알고 보면 주 5회 연습하는 거였지만 말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알겠다고만 했다.


새로 온 아이들은 한 바퀴 반 이상은 기본으로 뛰었고 비슷한 시기에 같이 시작했던 성인들은 점점 느는 게 보였다.


안 돼서 한숨이 나올 때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 운동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처음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이 나에게 "성인은 지상 안 돼요."했던 말이 매 순간 생각나 울컥해지기도 했고 여기서 다 포기할까도 싶었다. 나는 못할 것 같아 얘기를 안 했던 걸까? 결국 그 선생님이 옳았던 걸까? 는 정말 여기서 끝인걸까? 지금까지 시간 다 내가며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데. 안 되는 운동신경 붙잡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억울했다. 내가 그동안 이걸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생각나서.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모두 휴지조각이 되는 거였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피겨를 배우며 느리게는 늘었어도 못할 것 같았던 것이 결국 될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생각했는데 운동을 하며 느려도 꾸준히 하면 된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건 있나 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거지만 마음 한켠으로 여기까지가 내 진도의 끝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제 나는 점프로는 배울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다고. 내가 권태기가 온 건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진도의 끝에는 기쁨보다 허망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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