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밥을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다. 싱크대 위에 서서 밥에 김치랑 멸치 꺼내 대충 한 끼를 때우는데, 발끝에 매달려 엄마만 바라보며 우는 둘째 때문에 이조차도 쉽지 않다.
나 먹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콧등에서 기름이 나올 때까지 삼겹살도 푸지게 구워 먹고 싶고, 싱싱한 회 한 점 들어 와사비 간장에 톡 찍어 혀끝에 올리는 상상을 하며 마음을 달랜다.
어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뿐이겠는가. 직장 일에 바쁘다 보면 김밥 한 줄은 고사하고, 책상에서 삼각김밥을 우걱우걱 먹거나 컵라면 한 사발을 순식간에 마셔버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누구나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전투적인 한 끼’를 먹어봤을 것이다. 고작 밥 한 끼도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현실에, 울컥 외로움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한 끼가 있기에, 우리는 또 힘을 내는 것이겠지.
암병동에서 동생을 간호할 때,
누구보다 바쁜 한 끼를 먹던 어떤 보호자가 기억난다.
그는 늘 배선실 싱크대에 서서 식사를 했는데,
배선실이란 곳은 간단한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도 하고
세탁물을 빨래하는 장소였다.
비좁은 곳에서, 그것도 서서 급하게 식사를 하던 그를
한 달 동안 관찰하다가 용기 내 말을 걸었다.
"휴게실에서 앉아서 편하게 드시지,
왜 여기 서서 드세요?"
"......."
10초 정도의 정적이 흐르다 그가 답했다.
"제 아내는 밥도 못 먹고 있어요.
이렇게 먹는 것조차 미안해서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 그는 식사를 마치고 후다닥 사라졌다.
나 홀로 급하게 밥을 때우게 될 때면
그가 떠오르곤 한다.
지금 그는 어떤 한 끼를 먹고 있을까?
여전히 죄책감을 갖고 밥을 먹고 있을까.
이젠,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