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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베어 이소연 Aug 12. 2024

[식단분석1]먹어야 살 빠지는 아이러니

쫄쫄 굶어봐야 소용없다니께?!

이 복잡다단한 내용을 어찌 보여줄 것인가


사례를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도통 난감했다. (스페이스 커서만 반짝반짝을 일주일째...) 식단 분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각 개인의 성향과 기질, 생활습관, 심리상태와 신체, 건강 상태를 모두 고려하여 진행하는 분석이다 보니, 이 모든 정보를 통합한 내용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깊고 복잡해진다.


또한 내담자들이 네이버 카페 게시판에 자의로 공개한 식단기록이기는 하지만, 기록 전체를 디테일하게 전달하기도 어렵고 각각의 생활사적인 문제들까지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물론 이 기록들은 네이버 카페[고민베어]의 회원들에게 공개되어 있으므로, 카페 정회원 등업시 열람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심플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일부의 기록만을 필터링하여 단순한 메시지 전달에 무게를 실어보고자 한다.







안 먹어서 문제가 생기는 첫 번째 식단 사례


첫 번째 식단 분석

그야말로 '안 먹어서' 문제가 발생하는 예시이고, 수많은 다이어터들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정서적 허기에서 오는 심리적인 문제들도 동시에 다루어야 하지만, 그전에 식단부터 먼저 점검하는 첫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래의 식단기록을 한 번 살펴보자. 얼마나 어떻게 먹었는지 한눈에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아침이나 점심식사 중 한 번은 대부분 건너뛴 것이 눈에 띈다.


아침,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오후시간부터 계속해서 먹기 시작하면서, 야식은 매일 먹게 되었다. 이 식단 주인공의 마음속 이야기는 어떤지 한 번 들어보자.






다이어트 빡세게 해서, 몇 번이나 바짝 감량을 했었는데 또 찌다니...
정말 지겹지만 또 다이어트야!
 
이번엔 죽어라 운동하는 것도 너무 힘드니 먹는 양을 더 줄여야 해.
오늘은 꼭 조금만 먹을 거야!
아침은 늦게 일어나니 건너뛰고 이른 점심을 먹으면 양이 줄어들겠지?

적게, 더 적게 먹어야지. 밥은 1/5 공기만,
그래! 오늘도 아침점심은 잘 참았어! 아자아자 파이팅!






... 과연 잘 참은 걸까?




유색처리해 놓은 부분은 식사가 아닌 것들을 이것저것 주워 먹은 식단이다. 전체 끼니 21 끼니 중 간식으로 채운 식사가 11 끼니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식단은 열량만 채울 뿐, 포만감과 영양 모두 채울 수 없는 식단이다. 오히려 먹을수록 허기가 더 지고, 먹고 싶은 욕구만 더 생긴다. 



기록에는 시간까지 나타나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먹은 것이 특징이다. 야식은 주로 10시 이후 아주 늦은 시간이다.



위의 식단기록을 아래와 같이 칼로리로 수치화해서 보면 좀 더 명확하다. 실제로 식단관리를 진행할 때에는 칼로리 계산은 금물이지만, 문제파악을 위해서는 위와 같은 표로는 쉽게 전달이 어려우므로 칼로리로 수치화해서 전달한다.

 

식단기록으로만 보면 무언가 아침 혹은 점심으로 식사를 한 것 같지만, 수치화해서 보면 왜 그렇게 오후 늦게 간식을 주워 먹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아침/점심식사가 100~200칼로리대로, 거의 먹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진한 주황색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폭식이라고 인지한 (주관적 폭식이라고 부른다) 식사다. 1일 차와 4일 차에 아침 점심을 거의 굶고 나서 오후부터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계속해서 음식에 끌려다니면서 조금씩 계속해서 먹었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참으면서 괴로워했을까.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다른 일에는 전혀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본인은 '참았다'.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았으니 계속 참는 마음으로 과자 몇 개씩으로 허기를 달래는 식이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참지 못했다. 아무 때나 아무것이나 먹어서 몸은 규칙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고프다는 신호만 더 보내게 되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오후가 되면 몸은 식욕호르몬을 내보낸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는 허기를 과자나 빵으로 때웠다. 그 행동이 야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총섭취량은 많지 않다. 그래서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하도록 허기지다. 게다가 늦은 시간에, 탄수화물과 설탕, 기름진 식품 위주로 섭취하고, 밤 10시 이후에 섭취하면 기존의 목표였던 '체중감량'은 불가능하다. 영양가 없는 식품을 불규칙하게 먹었으니 허기짐은 더욱 강렬해진다. 차라리 세끼를 든든하게 먹었더라면 비슷한 열량을 먹어도 체중감량이 일어났을 것이다.









남의 일엔 객관적이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확인하면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저렇게 굶으니까 당연히 오후에 배고프지. 당연한 거 아냐?
배고프면 밥을 먹지 왜 과자를 먹어.'

하지만 내 행동을 돌아볼 때에는 어떨까? 과연 내 행동도 이처럼 객관적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다이어트와 체중에 대한 강박이 생기기 시작하면 음식을 입에 넣는 행동 자체에 대한 불안이 생긴다. 먹는 모든 것이 살이 될 것만 같다. 참을 수 있을 때 참고 싶다. 그러다 보면 위와 같은 쳇바퀴가 시작된다.


왜 자꾸 밤만 되면 지나치게 허기가 지고 자꾸 뭘 먹게 되는지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이런 이들도 일주일간의 식단기록을 꼼꼼히 적어보면 이유를 알게 된다.







똑똑하다고 믿어도 순간순간 더 강렬한 것은 감정


사람은 생각보다 기억력이 좋지 않다. 작년에 했던 실수를 올해 또 하게 되고, 지난달에 했던 실수를 이번 달에 또 한다. 어제 지각해 놓고 오늘 또 지각하고, 내년에도 같은 루틴으로 계속 지각한다.



어제 아침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야식을 먹고는, 아침이 되어서 속이 더부룩하니 '어제 규칙을 어겼으니 오늘은 살을 꼭 빼야지' 하면서 아침 점심을 굶는다.


그러면서 '우와 잘 참았다'라고 생각한다.


사실 잘 참은 것이 아니라 어젯밤 늦게 먹었기 때문에 덜 배고팠던 것뿐이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허기짐이 몰려올 때까지 '잘 참다' 보면 배고픔에 눈앞에 뵈는 것이 없다. 이성을 잃는다. 이성과 함께 불안도 제거된다. 이성을 찾아서 하는 제대로 된 식사보다, 빠르게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달고 부드러운 것들을 입에 일단 넣기 마련이다. 달콤하다. 불안도 설탕녹듯 녹는다. 먹을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닌, 과자 한 조각 정도로 배고픔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입에 넣는 것들의 점점 양이 많아진다.



어리석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인간이 그렇게 설계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렇게 생긴 몸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보다, 그에 앞서서 몸의 설계상태를 파악하고 먼저 선수를 쳐야 한다. 배고프다고 소리치기 전에 얼른 먹여두고, 영양부족이 생겨 호르몬이 과다 반응을 하고 고장이 나기 전에 먼저 영양을 채워두어야 한다.


우리가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불안에 휩싸여 일단 굶고, 식욕호르몬에 휩싸여 충동적으로 먹는다. 그래서 나 자신의 행동은 객관화하여 분석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객관화하여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 더 적절하기도 하다.







문제가 이보다 깊고 오래되었을 때에는

이 식단의 예시는 심리적인 문제가 최소화되어 있고, 그래서 단순하게 식단분석만으로도 인과관계를 유추해 내기가 쉽다. 하지만 이 악순환의 패턴의 역사가 길고 깊다면? 그 긴 역사 속에서 스트레스나 감정해소의 수단으로 음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몸무게 강박에 내 모든 뇌구조가 맞춰져서 변화해 버렸다면?


다음 사례는 "늘 다이어트를 반복하는데 살이 안 빠지고 오히려 더 쪄요"하는 내담자의 사례를 각색하여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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