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화곡동

by 이안

그해, 화곡동


이곳의 지명은 풀어내면 이름 그대로 볏골이라 그랬다. 화곡동은 벼가 잘 되는 동네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그랬다. 그러나 우리는 지명의 한자 풀이를 다른 뜻으로 바꿔 해석하는 일을 제법 좋아했다.


유독 절이 많은 화곡동, 그곳에서 우리는 가끔 절을 가서 합장을 하기도 했던 것이었는데 합장을 하고 기도를 하면서 나의 종교는 네 이름뿐이라는 생각만 했었다. 기도가 끝나고 나를 바라보던 미인의 눈빛은 교리 같았고 맞잡은 두 손은 세례였지


절을 다녀오면 우리는 대개 근처 시장을 자주 둘러보았다. 제철인 과일들과 반찬들 사이에서 우리는 가난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지. 너무 익어버린 과일을 사 오며 오히려 싸게 샀다며 좋아하는 네 모습을 잊을 수가 없는 까닭이기도 한 것이다.


여전히 아직도 화곡동 우리가 자주 갔던 절에 가면 기왓장에 써놓은 우리의 이름이 빛바래서 조금은 희미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우리의 연이 다 하고 나서, 다시 절을 찾아가 우리 이름이 적힌 기왓장을 볕이 더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놓은 적이 있다. 희미해져서 미래에는 이름을 알아볼 수 없게.


볕 안쪽으로 기왓장을 두고 마지막으로 혼자 합장을 하고 나오며, 나의 유일한 능동적인 감정은 너였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가난을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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