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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도마뱀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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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Oct 23. 2021

완벽한 범죄는 없어

#12




다음 날 아침, 윤영은 집주인에게 연락해 수리기사를 부르고 도어락을 교체했다. 그 후 샤워를 하곤 커피머신에 커피를 내리고 뉴스를 틀었다. 회사에는 급하게 생긴 집안일 때문에 고향에 오게 되어 출근이 어렵다고 전화를 했다. 팀장은 갑작스러운 결근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평소 지각은 할지언정 출근만큼은 꼬박꼬박 해왔기에 다행히 휴무를 허락해줬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텔레비전을 틀어보니 종일 뉴스를 방영하는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당일 가장 이슈인 뉴스가 반복적으로 나왔다.


뉴스의 대략적인 내용은 어제 본 스토커가 변사체로 발견된 것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은 늘 그렇듯 본질보다는 자극적인 곁가지에 집중됐다. 대중은 정작 살인사건보다는 의문의 꼬리에 대해 더욱 관심을 쏟았다. 윤영이 떨어트린 꼬리를 클로즈업한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담겼다. 야생동물 관련 연구자나 전문가들은 현재 학계에서도 이런 살색의 긴 꼬리를 가진 동물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앞다투어 자기들만의 가설을 쏟아냈다.


커피잔을 든 윤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편 해당 사건의 수사팀에서는 난리가 났다.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는 후배 형사한테 종이를 집어 던지며 윽박질렀다.


“미친놈아, 말이 돼? 그 꼬리가 사람 꼬리라니?”

“하, 저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재차 확인해봤습니다. 근데 국과수에서 DNA 염기서열 조사해보니 사람과 똑같답니다.”

“…. 이거 일단 기자들이 절대 모르게 관련자들 입단속 잘해놔. 전부 다 보안서약서 작성하게 하고. 일 커지면 좆될 수가 있는 건이야. 이게.”

“안 그래도 국과수 윗선에서도 최대한 덮으라고 얘기가 나왔답니다. 곧이곧대로 오픈했다가 전 국민 사이에 불안감이 조성되면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이 어렵다고요.”

“이미 보도된 꼬리는 적당히 말 맞춰서 피해자가 야생동물한테 습격당했다고 언론에서 결론 내게 해. 미안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 사람은 이미 죽었고 살 사람들은 살아야 할 거 아냐.”


너무나 우습게도 당일 저녁 뉴스에서는 해당 사건이 변종 고라니의 꼬리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스토커인 피해자는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아 숨진 것으로 해서 사건은 유야무야 일단락됐다.


윤영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이 덮였다. 마치 본인이 뭐라도 된 것 같은 참람한 교만에 휩싸였다. 달려있던 꼬리도 사라졌으니 뒤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질 확률은 극히 드물었다.


스토커도 이렇게 남을 속이고 조작하며 악행을 별다른 문제 없이 저지른 것에 광적인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윤영은 그 녀석은 죽이고 나서도 여러모로 정이 안 간다고 생각했다. 왜 살았을까. 밥버러지 같은 놈.


종일 밥 한 끼 못 먹은 채로 있었던 윤영은 그제 서야 허기가 졌다. 근처 순대 국밥집에 가서 고된 일을 끝낸 목수같이 국밥에 밥을 말아 우걱우걱 삼켰다.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다음날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했다. 여느 때와 같이 친한 동료직원과 함께 점심도 했다. 별다른 것 없는 스토킹 피해 이전의 오늘이었다. ‘그럼 그렇지. 평범한 나의 승리다. 이 말씀이야. 하핫.’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윤영 멘토님, 어제 야생동물한테 습격당한 남자 뉴스 보셨어요? 저 처음에 그 꼬리 보고선 완전 소름 돋았잖아요.”

“그러게요. 저도 처음에는 집안일로 정신없는 와중에 워낙 이슈여서 보게 됐는데 놀라긴 했어요.”

“저는 근데 아무리 봐도 그게 동물 꼬리가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여자의 직감이라고나 할까요. 하하. 윤영 멘토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그래도 공식보도인데…. 동물 꼬리가 맞지 않을까요?” 


엉덩이 부근이 또다시 욱신거렸다.

아뿔싸 떨어진 줄만 알았던 윤영의 꼬리뼈가 죽순처럼 다시 싹이 돋아났다.


 “에이, 그래도 명색이 살인사건인데. 영 엉성하고 허술하다는 느낌 들지 않아요? 보통 이러면 꼭 반전이 있던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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