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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에 대부분 술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마 대다수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우리 집안은 나의 아버지부터 해서 2대째 이곳 경성의 뒷골목 탑골공원 인근에서 ‘목로(木路)’라는 이름의 주점을 운영해왔다. 순우리말로 바꾸면 ‘나무의 길’이라는 뜻을 가진 가게의 이름처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각자 살아가는 방식도 나무의 가지만큼이나 제각각이다.
다년간 술집을 운영해오신 아버지께서는 유언처럼 나에게 영업원칙을 당부하셨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독특하다면 독특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술이란 찾는 사람에게 항상 위로나 축하가 되어야 하니 구정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운영할 것. 또 영업시간은 손님과의 약속이니 저녁 5시부터 새벽 2시까지를 철저히 지킬 것.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술집 주인장은 입의 문을 잘 지켜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듯 공기처럼 우직하게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걸 강조하시며 과묵함이 술집 주인장의 미덕이라고까지 말씀하셨다. 마지막으로는 힘주어 말하길 절대로 손님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그 원칙은 꽤 효과가 있는지 인근 어여쁜 여인네들이 있는 고급 양요릿집이나 1940년대에 들어 정치가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요정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 가게를 꾸준히 찾는 단골들이 제법 많다. 아마 잘은 몰라도 소담스러운 크기에 시끄럽지 않아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라 그럴 것이다. 신분을 숨긴 독립운동가들은 물론 가끔은 조선총독부의 일본인 순사들마저도 이곳을 찾으니 말이다. 그들이 어디 턱이 푸르스름한 40대 중년 남성인 나를 보러 이곳을 찾겠는가. 그럴 리가 없지.
가게 이름만큼 내부는 목재가 주를 이룬다. 탁자와 의자에 문과 기둥까지 나무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도 위생이 중요하다는 신념에 따라 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아서인지 화려하진 않아도 제법 정갈하니 온기 있는 느낌을 풍긴다. 당연하게도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인상은 절대 차갑지 않다. 술은 종류별로 다 있지만 보통 탁주를 만만하게들 많이 마시고 안주는 노가리나 고갈비가 인기다.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늘 그래왔듯 시간에 맞춰 영업준비를 하고 손님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