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토끼 Oct 23. 2021

소주 한 잔

#5




독립운동가를 자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이야 대외적으로 포장된 그럴듯한 모습만을 머릿속에 그리겠지만 말이다. 장사하다가 깨달은 인생의 진리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게 현실이다. 나는 여태껏 가게를 운영하면서 가면 아래 숨겨진 수많은 사람의 민낯과 실체를 셀 수 없이 많이 봐왔다.


‘내일은 조금 더 바쁘겠군.’ 나는 다만 내일을 대비해 손님이 중요한 날에 자주 주문하는 고급 소주가 충분히 있는지를 살필 뿐이었다.


또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하루가 시작됐고, 나는 망부석처럼 영업시간에 맞춰 장사할 준비를 해놓고 손님을 기다렸다.


“안녕하셔요. 여기 떡갈비랑 고갈비 그리고 노가리랑 빈대떡도 주세요. 술은 혹시 소주 준비되어 있을까요?” 장사를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가장 먼저 도착한 김향화가 밀담을 나누기에 좋은 구석 자리를 잡고 안주며 술이며 이것저것 주문했다.


‘기분이 썩 좋아 보이는군.’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른 체를 하고 손님을 맞이했다. 그 어떤 첨언도 덧붙이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서 드리겠습니다.”


떡갈비랑 고갈비를 먼저 석쇠에 구워서 내놓는 동안 임영신과 이규식도 합석했다. 둘은 처음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색해하는 기색이 있었지만, 김향화가 안주와 고급술을 권하며 살뜰히 챙기자 금세 마음을 놓았다. 


“향화 씨,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제가 영신 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오긴 했으나 솔직히 향화 씨를 뵌 적도 없고 그렇게 크게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일본군과 대면하는 자리를 만들어서 이렇게 직접 나오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요.”

“아유! 아니어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영신 언니가 힘써주시지 않았다면 성격상 이런 일에 동참하지 않으실 거란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저는 언니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어요.”

“아! 이 녀석들, 마음 합쳐서 모인 좋은 날에 무슨 무게들을 잡고 있냐? 일단 일본 순사 오기 전에 우리끼리 먼저 맞춘 내용을 정리해보자.” 임영신이 분위기를 정리하며 이규식의 옆구리를 찔렀다.

 “내용은 뭐 아까 결론 난대로 오는 8월 16일에 탑골공원에서 비폭력투쟁인 만세운동을 건국동맹과 농민동맹이 힘을 합쳐서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약간의 물리력으로 진압할 수 있도록 정보는 주되 차후 계속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무기 등은 준비하지 말라는 게 요지야.”


이규식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입에 소주를 한 잔 털어 넣었다.




이전 04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