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네 말은 무기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독립군 쪽에서는 다만 일본군의 움직임이 빨랐다고만 생각할 것이니 확실히 의심을 덜 살 거라는 거잖아. 또 일본 순사에게는 의심받으면 안 된다는 명분으로 해서 독립군의 유혈사태는 피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고!” 임영신이 그 말을 낚아채며 주먹으로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렇지. 태준이 그놈이 가끔 협조가 안 되고 의견충돌이 있을 때도 있지만 같은 동료고 동지인데…. 사지(死地)로 몰아넣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 조금 건방지긴 해도 천성이 나쁜 놈은 아냐.” 말을 마친 이규식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 채 해태같이 큰 눈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마도 일본 순사가 오기 전에 자신이 할 말을 속으로 정리하는 눈치였다.
일본 순사까지 그 자리에 합류하기 전에 나는 재빨리 빈대떡과 노가리 까지 내놓아 술상 차림을 마쳤다. 사소해 보이는 세부사항까지 손님의 상황을 고려해 대접하는 것이 단골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십 여분 정도가 흐른 후 미닫이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황토색 제복에 모자와 옷깃은 새빨간 색으로 강조한 것을 보면 그들과 밀정하는 일본 순사가 틀림없었다. 어깨와 허리에는 가죽끈을 두르고 허리춤에 작은 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팔뚝에는 전범기가 그려진 완장을 찼다. 또 오른손에 서슬 퍼런 일본도를 쥐고 있는 거로 봐서 그가 왼손잡이임을 짐작하게 했다.
그는 무릎까지 오는 가죽 군화를 신고 사뭇 오만한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규식과 임영신은 다소 긴장했는지 조금 경직된 느낌을 풍겼고, 김향화만이 그 자리를 부드럽게 풀어보려고 호들갑을 떨며 비위를 맞췄다.
“어머 나으리, 어서 오셔요. 입맛에 맞으실지 몰라서 여러 가지 신경 써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전에 말씀하시길 전 요리를 좋아한다고 하셔서 떡갈비랑 빈대떡, 혹시 몰라 고등어랑 건어물도 시켜놓았어요.”
“내 자리는 여기인가?” 일본 순사는 이규식과 임영신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김향화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많은 술손님을 봐왔지만 오랜 술집 장사 경력에서도 드물게 보는 특이한 조합이었다. 다소 이질적인 공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인지 그들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한동안 술을 함께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