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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이 Jan 14. 2022

5년 전 겨울에 썼던 유서: 지금은 행복합니다.

나는 살 수가 없다.

나는 쉽게 죽은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나에게 쉽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를 하기 전, 상상만으로 겁을 먹을 정도로 소심한 사람이다. 그런 나에겐 죽음 또한 전혀 쉽지 않았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까. 나아질 순 있을 것이고 앞으로 내 손짓 하나에 모든 게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도로 한복판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러지 못했다.


존중받지 못하는 삶은 가치가 없다. 수많은 노래를 들었고 수없는 영화를 보았다. 개중 나의 취향의 모든 것들은 그렇게 말했다. 너는 좋은 사람이고 넌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그 말을 보고 들으며 난 위로받았다. 그렇다고 믿었건만, 그것은 썩어 문드러진 마음을 치료하는 게 아닌, 마음을 감추고 기름칠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그 어떤 말을 들어도 내가 혼자인 것과 그 누구와도 각별하지 않으며 살 이유가 없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삶을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니니 위로는 필요없고 걱정 또한 필요없다. 그것은 오지랖에 지나지 않는다. 내 생각을 구구절절 이 유서에 기록한다한들 내 눈과 심정과 상황 그 모든 것을 함께한 이가 아닌 한 그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짐작해달라. 난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게 최선이었다고, 나도 삶이 정말 빛나는 것임을 알고 있다고, 그 빛나는 것들을 포기하기 위해 수많은 생각을 했다고.


모두가 내 유서를 읽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모두는 죽으니 싸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상처를 내고 덧내는 것은 불필요하다. 모쪼록 잘 살았으면 한다.


자살은 나쁜 것이 아니다. 난 귀신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다만 선택한 것뿐이다. 수많은 선택지 중 한 가지 길을 고른 것 뿐이다. 나와 친했다고 해서 내 죽음에 기분 나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누구도 해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너무 힘들다.


힘들다.

눈물을 짜낼 힘도, 아파할 힘도 없다.

모든 것이 소진되어 버렸고 사랑할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 타인에게 다정을 부릴 만한 힘은 나에게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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