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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Nov 29. 2022

고래를 위하여- 정호승

이제 칠순의 나이를 넘긴 시인 정호승.

1950년 01월 03일 경상남도 하동 출신의 시인은 2020년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펴냈다.

그는 책의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혼의 배고픔은 어떤 양식을 섭취해야 한다. 시(詩)가 바로 그 영혼의 양식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시(詩)도 영원히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책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도 담담한 어투로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다. 이해를 통해 외로움을 긍정하는 것을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그 얼마나 마음 따뜻한 말인가? 영혼의 허기짐으로 인하여 인간은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외로움 즉, 삶의 실존적 한계를 깨닫고 이해함으로써 이웃을 사랑으로 대하며 삶을 긍정하는 그 용기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또 그 힘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오늘은 이렇게 영혼의 허기짐을 달래주기 위해 고운 마음의 양식을 만들어 주시는 정호승 시인의 1998년작 '고래를 위하여'를 감상해 보고자 한다.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깐 사람이다' 中 열림원 1998년



우선시(詩)가 발표된 시기가 1998년 그 유명한 IMF 시절이다.

좋은 시절이라고 해도 영혼이 배고픈 것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의 영혼의 배고픔은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모두 다 살아내기 아니 견뎌내기 힘들었던 시기이다.

그 시절 나는 군대에 있었기에 한 발짝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 후의 삶에 대한 불안으로 나의 영혼의 굶주림은 그 누구 못지않았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 시절 하다못해 용돈이 줄어든 초등학생들까지도 불평불만의 자조적인 유머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상의 꿈만은 꿀 수 있는 존재 아니던가?

여기서 정호승 시인의 가슴 따뜻한 노래가 시작된다.

그 어려웠던 시절 푸른 바다와 고래로 희망을 노래하며 마음 단단히 먹고 견뎌내며 이겨내길 응원하는 그 힘이 넘치는 노래 말이다.


2연이 백미이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시절이..... 나의 상황이..... 외로움이..... 고통이..... 불안이.....

나를 덮쳐도 우리는 푸른 바다를 힘차게 돌아다니는 고래 한 마리를 마음에 품고 살 수는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푸르러질 수 있고 나의 희망을 사랑하는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을 사랑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에 우리는 그 사랑으로 영혼의 배고픔을 달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삶의 진흙탕 한가운데 빠져 허덕이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가?

나의 고래를 위하여 내 삶을 푸르게 바꾸고 저 먼 하늘 별을 따러 힘차게 푸른 바다를 용솟음쳐 뛰어 올라가지 않겠는가?


삶의 희망이자 영혼의 양식을 노래하는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를 이렇게 감흥으로 감상하고 알고 있는 이라면 우리 모두 함께 저 별을 위해 삶을 푸른 바다로 바꾸고 힘차게 대양을 헤쳐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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