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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가적일상추구 Aug 30. 2023

한강- 소년이 온다

소설가 한강은 1970년 11월 27일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서울의 수유리로 이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의 가족들은 광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또 그곳엔 친척들이 많이 살았기에 평생을 광주민주화운동과 떼어낼 수 없는 연관(?), 의무(?), 빚(?), 슬픔(?), 분노(?) 등을 담고 살았다고 한다.

특히 그가 서울로 이사 오기 전 팔았던 집에 들어왔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1980년 가을 추석에 수군거리는 어른들의 희미한 말들 속에서 박무처럼 남아있던 기억을 오랜 세월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그 당사자들의 무겁게 응어리진 사연을 듣고 장편소설을 발표하니 그것이 2014년작 '소년이 온다'이다.

소설가 한강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80년 5월 18일에 일어난 광주 민주화 항쟁은 우리 역사에서 손꼽히는 비극이다.

사건의 발단은 1979년 10월 26일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유신헌법으로 종신 대통령으로 등극하여 독재 정권을 이끌던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은 1962년부터 시작된 군부독재가 마감되고 민주화 정권이 들어서길 언제나처럼 기대하였다. 하지만 그 기대도 잠깐 1979년 12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의 양아들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신임 받던 전두환 당시 육군 보안사령부 사령관과 그를 따르는 육군사관학교 사조직인 하나회 장교들이 다시금 군사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게 되고 이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대학교 개학에 맞추어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국가비상계엄을 5월 17일에 선포하게 되고 마침내 그 폭탄은 전라남도 광주에서 터지고 마니 그것이 우리가 아는 광주 민주화 항쟁이다.


1976년생인 내가 '광주사태'라는 지금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말로 내 귀에 들리기 시작했던 것이 전두환의 제5공화국이 끝나고 나서인 1988년 가을(올림픽 개최) 이후로 기억된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철저히 숨겨진 일들이었다.

그리고 그 전두환 정권도 호헌이라는 장충체육관 간접선거로 다음 정권 대통령을 선출하겠다는 1987년의 일들로 인해 또다시 전국적으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되고 6월 항쟁이라는 고단한 투쟁에 많은 젊은이들의 희생에 의하여 국민 총선거를 통해 제6공화국이 들어서고(전두환의 육사 동기 이자 그가 후계자로 지목한 노태우 대통령의 정권) 그로부터 또다시 5년이 흘러 1993년 31년간의 군사독재 및 군인 출신 정권의 막을 내리고 선거를 통해 문민정부를 이 땅에 세우게 되니 우리들의 민주화 투쟁도 지난한 일들이었다.

1980년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사진들. 처참한 시민들의 사진은 차마 손이 가지 않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당시 중학교 3학년인 동호이다.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던 경대와는 같은 학교에 다니며 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그런 경대는 중학교를 다니다 공장에 취직해서 동생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경미누나와 동호의 집 문간방에 살고 있다.

전국적인 민주화 시위로 뒤숭숭하더니 이내 전국에 계엄령이 떨어지고 그날 밤에 소식이 끊긴 채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경미누나를 찾기 위해 경대와 동호가 집을 나선다.

그러다 시내 한복판에 시위대에 휩싸이게 되고 경대는 총을 맞고 쓰러져 죽게 된다.

경대의 시신을 찾겠다고 돌아다니던 동호는 광주 상무대에서 죽은 시민들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계하기 위한 일을 하게 되고 거기서 함께 자원봉사를 하게 된 선주. 은주 누나와 시민군에 합류한 진수형을 알게 된다.

참혹했던 광주의 열흘을 몸소 겪은 이들 네 사람과 경대와 동호 가족의 그 후의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동호는 민주화 항쟁이 끝나고 군인들에게 끌려 나오던 중 사살되고, 살아남은 선주. 은숙. 진수의 삶도 그리고 경대 아버지와 동호 가족 전체도 평범과는 거리가 아주 먼 신체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 역사의 민낯 그 자체가 이 소설이다.


특히 민주화 항쟁 이후에도 엄청난 고문에 시달려야 했던 선주와 진수.

초등학교 교사를 꿈으로 교대에 복학해 다니던 진수는 술과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었던 극심한 고통 속에 자살을 택했고, 어린 시절부터 방직공장의 여공으로 정당한 노동인권을 배웠던 소녀 선주는 성적 학대 속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불구가 되어 홀로 쓸쓸히 살아가는 비극적 삶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국가라는 그들의 보호망이 되려 철망이 되어 그들의 인권을 유린했던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한 실증처럼 무척이나 현실적인 감각으로 변해 피부에 소름을 드리운다.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희생자 연령별/직업별 현황 (출처:위키백과) 좌,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 희생자 상황 (출처:나무위키) 우

위 표에서 확인되듯이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되었으며 아울러 군인과 경찰도 희생되었다.

군사정권의 권력욕 앞에 국민인 시민과 군인. 경찰이 죽었던 것이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의 비극을 통해 권력을 잡은 세력 이외의 많은 사람들(직. 간접 피해자) 뿐만 아니라 이런 역사를 배워야 하는 지금의 우리들과 미래의 우리들에게까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부끄러움, 경악, 분노, 실망, 슬픔, 안타까움 등등의 비극을 남기고 남기게 될 부분은 결코 용서될 수 없는 민족에 대한 극악의 범죄일 것이다.(정작 그 장본인은 아무런 사죄의 말없이 2021년 11월 아흔의 나이라는 천수를 누렸다.)


이러한 비극의 우리 역사를 작가 한강의 섬세한 글들로 만날 수 있는 것이 소설 '소년이 온다'이다.

특히 현재는 종교가 없지만 젊은 시절 불교에 빠져있었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봤던 터라 막 죽은 경대의 혼이 혼미한 정신 속에 차갑게 굳어가는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해 하는 부분은 마치 '티벳 사자의 서'에서 혼이 느끼게 될 혼돈에 대해 시기별로 안내한 내용이 떠오르며 이런 초현실적인 표현이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비극에 대한 비장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작품 전편에 시적인 표현과 감수성 가득한 문장들이 이루 형용하기 힘든 비극에 대해 마치 내가 겪고 있는 고통처럼 현실감을 느끼며 눈이 충혈되고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여 넘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그 소재에서 대중성이 있다고 결코 단언할 수 없지만 이러한 특유의 감수성 넘치는 문장에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거 같다는 나름의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읽는 내내 소설의 역사성, 문제성 등에 많은 감정을 느끼고 그 문장의 아름다움에 감동했던 책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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