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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새 Aug 09. 2020

멜버른이 그립다

비가 오니까 더욱 그리운 그곳

아침부터 비내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중창문을 닫아도 들리는 소리를 보면 그 양이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실 난 아침에 밤보다 더 감성적인 편이다.

눈뜨자마자 듣는 빗소리가 내겐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오늘은 커피를 타고 책상앞에 자리하는데 문득 작년의 오늘

내가 호주에 있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다들 호주는 따뜻한 나라로 알고있겠지만

한겨울에 비가 내리면 눈 오는 날보다 춥다는 말 처럼

눈 안오는 멜버른은 무지하게 춥다.

아마 지금쯤이면 비도 많이 올테고 살을 애는 칼바람이 불겠지.

작년 이맘쯤 멜버른에서 맞았던 겨울은 춥지만 따뜻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고 한달이 마치 하루같은 날들을 보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늘 저녁은 함께했다.

마땅한 한식당이 없어서 요리솜씨가 좋은 친구가 별의 별 요리를 다 했었다.

국밥,족발,탕수육...등등

보통 집에서 시켜먹는 음식들을 같이 해먹으면서 더 깊은 정을 쌓을 수 있었던 듯 하다.

저녁을 먹으면 함께 노래방을 하고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했었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했다.

이상한건,

지금도 충분히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대체 뭐가 날 그토록 행복하게 그리고 감사하게 만들었는지

지금도 잘 기억이나질 않는다.

단지 날씨가 좋은 것도 감사하게 다가왔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요즘엔 그런 마음을 느끼는게 어렵다.


내 버릇중 하나는 기대했던 약속에 가거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되면

"언젠가 지금 이 순간을 엄청 그리워하겠지"라고 속으로 한번 생각한다.

지래 후회를 없애는 밑작업인데,

그러면 그 시간에대한 소중함과 기쁨을 배로 만끽할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작년 멜버른의 겨울에 대한 후회는 없으나 그립긴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아무 걱정이 없었고 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낮지만 항상 내 머리 위에 있던 햇살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구름은 언제나 그자리에 평온했고
맑은날은 몇배로 아름다운
흐린날엔 그만큼 감성적인
하루하루가 감동적이던 그 날들이 그립다.

아름다웠던 내 기억속의 멜버른과 다르게

지금 그곳은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태라고한다.


"stage4"

코로나로 인한 멜버른 정부가 내린 결정이다.

모든 사람들은 6주동안 옴짝달싹 할 수 가 없다.

나라에서 지정한 마트 이외에 모든 가게들이 전부 닫는다.

8시 이후에 돌아다닌 것 또한 금지가 되었다고한다.

덕분에 그곳에서 지내고있는 친구들도 지금 6주동안 강제 백수가 되었다.

멜버른을 떠나오면서 그곳에 남은 친구에게

꼭 다시 놀러오겠다고.

꿈을 이뤄서(외항사 승무원) 아주 질리도록 놀러오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힘은 생각보다 컸고

꿈도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약속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나와의 약속도 친구와의 약속도 코로나가 다 망쳐버렸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방법이 생길거라 믿는다.


이 지독한 시간들이 흐르고 나면 그저 감사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다시한번 즐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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