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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새 Aug 08. 2020

난 게으르긴한데 절대 포기는 안하려고

이럴려고 백수가 된건 아니지만 후회는 없어.


나는 자발적으로 백수이다.

글을 쓰고싶고 나의 목소리를 세상에 내는 직업을 갖고 싶어서 일을 그만뒀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다시 돌아온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게 힘들어서 몇달 버티지 못하고 일을 그만뒀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발전도 없고 회의감이 드는 월급에 늘 얼굴은 일그러져 있기 일쑤였다. 매번 별것 아닌것에 자책하게 되는 나의 일상.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결국 너도 인정하고 평범하게 살게 될거야"라는 부정적인 예언처럼 살아가는 것은 내 인생이 아니였다.

내가 생각한 삶은 멋진 서울의 밤 그 어디쯤에서 나의 시간을 열정으로 불태우는 것 이었는데. 어디로 달려야할지, 어떻게 살아야할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사실상 지금의 나는 한없이 게으르고 추억만 들여다보고있는 한량이다.



어쨌든 일을 구하지 않은 나의 첫 목표는 거창했다.

글을 쓰고 공부를하며 '노마드 라이프'를 만드데 크게 도움이 될만한 시간을 만들어보기.

그렇게 일을 구할 수 있음에도 구하지 않았다. 상상과 현실은 큰 차이가났다.

눈뜨자마자 샤워를 한 후 커피한잔을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아 주구장창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내가 한일이라곤 '김씨네편의점'전편을 다 보고 엉성한 문법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미스터킴' 따라하는것 뿐이었다. 하루에 몇가지의 핑계를 만들어내면 어느덧 오후 네시쯤이다. 그때부터 시간은 쏜살이다. 주황빛의 하늘은 어느새 짙은 남색이 되어 나를 콕콕 찔러댄다. 결국 오늘을 이렇게 보냈구나? 하면서 말이다.

지나간 나의 삶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지나간 오늘을 후회하지 않는 법인데 아무래도 괜한걸 배웠나싶은날도 있다. 후회를 안하는 것 처럼 반성도 적어진 사람이 되어버린것 같으니 말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나 나를 채찍질 하는 것 같으니 나의 장점과 요즘 뿌듯한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한다.

첫번째로 에너지가 생겼다.

일을 가지 않으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나만 일을 안하니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피할 수 있게됐다. 나를 온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어쨌든 내게 좋은 말과 글만 심어주고있다. 하나를 갖게되면 두개를 욕심내는 이 사회에 잠깐 적응하기 힘들었었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고싶은데 '남들은 이 시간엔 이렇게 사니까' 라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간표에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백수가 된 후로 '어차피 인생 길고, 두어달 늦게가는건 괜찮아' 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누군가는 합리화라며 손가락질 할 수 있겠지만 구태여 그들에게 '그런게 아니야!' 라면서 반박하고싶지도 않다.

그저 난 지금의 나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게됐고 평소 마음속으로 그려보기만 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할 수 있게됐다.


1. 브런치의 작가가 됐다. 
어릴때 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다. 종종 상도 받아와서 엄마는 아직도 내가 엄청 글을 잘 쓰는줄 아는데 사실 그정돈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을 하면서 더욱 크게 느꼈다. '글을 못쓰겠다' 라고. 나의 글들은 부정에 부정이 더해져 나조차 읽기 싫을정도였다.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주제가 무엇인지 내 글이지만 내가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고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됐고 조금 더 따뜻한 이야기를 하는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다.
2. 앙금플라워 원데이 클래스에 다녀왔다.
22살 사회에 발을 들이면서 나는 좁은 우리 동네를 떠나 광역시에 살게됐다. 도시에서 지내면서 최대한 많은 것 들을 누리고 싶었다. 그중 종류에 상관없이 원데이 클래스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돈을 벌면서도 쓰기가 두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백수가 되어서야 그 돈을 쓸 용기가 생겼다. 막상 다녀오니 그 돈이 없더라도 내 삶이 지긋지긋한 궁핍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해온 것들을 벗어날 수 있겠다 하는 용기를 얻었다.
3. 사색의 시간이 생겼다.
늘 생각이 많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대학생시절 나의 교수님은 내가 마치 동화속에 사는 사람같다는 말씀도 하실정도였다. 교수님이 내게 그 말을 한건 사실 좋은 의미는 아닐것이다. 전문대를 갔고 이제 그만 현실에 타협하고 살라는 뜻이었을것이다. 기분나쁘게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실감각이 있는게 멋져보였고 나를 무시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외국에 다녀오면서 내 삶에 있어서 누군가의 평가대로 살아야 할 이유는 전혀없고, 내가 나대로 살아가는것이 가장 멋지다는 것을 알게됐다. 가슴이 뜨거울 수 있다면 그리고 좀더 깊이있는 고찰을 통해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그렇게 나의 말과 글이 숨쉬게 될 수 있다면. 난 더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결과물들은 없다. 그렇기에 내가 자꾸 게을러지나 싶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을 것 이다.

지금 하고있는 모든것들이 목표점에 도달하기엔 시간이 조금 걸릴 듯 하지만, 꾸준함의 미덕을 안다. "존버는 승리한다"는 바로 이럴때 쓰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시선에 그리고 내가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전혀 없다.

타인의 인생에 대한 비난의 말, 평가의 말 처럼 본인의 삶에대한 빈 공간을 남을 깎아내리며 채우고싶어하는 부정적인 이야기에 귀를 열어줄 여력이 없다.

중요한것은 내게 '삶의 지침서'를 주려는 그들처럼 살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인생이며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다. 인생에 정답이 어디있겠는가? 아무리 아니라고말해도 난 무조건 다채로운 인생을 만들어 후회없이 죽을 것 이다. 고된 걸음이 될 수 있겠지만 내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을 안다.

나는 무진장 게으른 사람이지만 오늘도 글 하나를 완성시켰다. 할까말까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는대신 게으른 나는 천천히 해냈다. 게으른 나의 오늘은 벌써 4시에 도착했다. 사실 지나간 아침시간이 좀 아깝긴 하지만 다행이 하루종일 어두워서 조금 긴 저녁을 보내면 죄책감이 덜어질 것 같다. 내일은 좀 더 일찍 움직이는 내가 되고싶긴하지만 게으르고 꼼꼼하게 비슷한 속도로 또 하루를 보내겠지. 좀 더 완벽한 내가 되면 좋겠지만 지나간 나에대한 후회는 없다. 이게 나의 속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내 자신이 기특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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