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30일 퇴사하고, 2월 1일 입사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였다.
하루 동안 짐을 싸고,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와, 당장 필요한 짐부터 정리했다.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였지만, 마음만큼은 분명했다. 내가 원했던 부산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설렜다.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장면들이 이제 현실이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첫 출근 날, 집에서 동래구청소년수련관까지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1시간 20분. 왕복하면 하루 세 시간에 가까운 출퇴근이었다. 첫날부터 만만치 않은 거리였지만, 발걸음은 이상하리만큼 가벼웠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오르막 중턱에서 보이던 ‘동래구청소년수련관’ 간판은 심장을 한 번 더 두드렸다.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수련관을 바라보며, 이 공간에서 내가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감사했다. 개관 멤버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 시설 라운딩과 업무 안내를 받는 동안 사무실은 북적였다. 청소년운영위원회, 공부방 사업, 홍보 업무를 맡게 되었고, 2월 한 달은 모든 직원이 개관 준비로 숨 가쁘게 움직였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위해 애썼다.
주변에서는 새로운 기관, 그것도 개관 멤버로 들어간다고 하니 이런 말을 많이 했다.
“힘들 수는 있지만, 언제 개관 멤버를 해보겠어.”
“체계가 없어서 처음엔 어렵겠지만,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도 흔치 않아.”
그 말들을 들으며 속으로 잠시 생각했다. 개관 멤버가 그렇게 힘든가?
하지만 오래 고민하지는 않았다. 해보면 알게 될 일이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부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선택을 지탱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시작은 열렸다.
부산에서 청소년으로, 당사자로, 예비 지도자로 활동한 경험은 있었지만, 청소년지도사로서 부산 현장에 첫발을 딛는 순간은 또 다른 의미였다.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꿈꿔왔던 이 지역에서, 과거 내가 만났던 청소년지도사들처럼 나 역시 청소년에게 ‘주체적인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었다.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인식하게 하고,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더 단단히 하고, 아직 닿지 못한 영역은 배움을 통해 차근차근 역량을 키워가고 싶었다.
입사 후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3월부터는 길 위의 청년 6기 청년 연구회 활동도 병행했다. 바쁜 나날 속에서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왜 나는 청소년 현장에 있는가.
왜 청소년이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답을 찾기 위해 공부했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오래 고민했다. 청소년지도사는 제자리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고, 배워야 하며, 역량을 확장해야 한다고 믿었다. 혼자 잘나기 위함이 아니라, 함께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청소년을 만날 것이고, 문화는 빠르게 생성되고 변화한다.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배움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그래서 공부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상상하고 구현하기 위해서. 지도자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부산으로 왔는지, 서울과 부산은 나에게 무엇이 달랐는지, 나는 어떤 지점에 초점을 두고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며, 일을 하며 찾아가고 있다.
부산에서의 시작은 그렇게, 나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