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모여라

― 자치조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3월

by 블리

2월 개관식을 마치고, 사업팀은 본격적으로 자치조직 모집에 들어갔다.
청소년운영위원회 ‘청동거울’ 1기 위원을 포함해, 사업팀 선생님들 각자가 운영하고 싶은 동아리를 함께 정리했다.


한 달여 수련관에 머물며 느낀 점은 분명했다. 초기 방문 청소년 중 저연령 비중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등 봉사단이나 인권 동아리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여기에 목공 동아리, 영상제작·콘텐츠 동아리까지 더해졌다. 방식은 열어두었다. 청소년이 3인 이상 자발적으로 구성해 지원해도 되고, 개인 지원도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 가장 걱정했던 건 인권 동아리 ‘한빛’이었다.
대상이 초등 연령이었기에, ‘인권’을 알고 있을까, 하고 싶어 할까, 긴가민가한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3월 2일, 수련관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설명’이었다. 놀러 오는 청소년들에게 동아리가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수련관 주변 중학교로 아웃리치를 나가기도 했다. 새 학기를 맞은 청소년들은 얼마나 설렐까 하는 마음으로, 나 역시 청소년을 만나 인사하고 홍보물을 건네며 수련관을 알리는 일이 낯설면서도 설렜다. 청소년들이 많이 놀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 이 동네가 청소년에게 조금 더 행복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그 바람 속에 내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행복했다.


3월의 부산은 따뜻하면서도 찬바람이 살짝 불었다.
거리에는 꽃송이가 하나둘 피기 시작했고, 마음도 괜히 들떠 살랑거렸다. 초등학교까지 직접 찾아가 알리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고, 대신 중·고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 1회, 많을 때는 주 2회 꾸준히 홍보에 나섰다. 100퍼센트 만족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련관 이름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조금씩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동아리 지원이 들어오고, 수련관을 놀이터처럼 드나드는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개관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지하 1층 ‘뒹굴뒹굴 청소년존’은 중·고등 청소년이 머물기엔 저연령 청소년이 많아 오래 있기 힘들어했고, 그러다 보니 1층 북카페나 3층 ‘꿈나누는 마당’에서 조용히 쉬는 청소년들이 생겨났다. 평일은 비교적 한산했지만, 주말만큼은 청소년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3월 내내 고민이 이어졌다.


그렇게 어수선한 시간이 지나고, 담당하던 청소년운영위원회 추가 모집도 마무리되었다. 면접을 보고, SNS를 통해 합격자를 발표하며 가장 먼저 ‘공식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 사이 인권 동아리 한빛은 보호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처음 다섯 명이었던 청소년이 여섯, 일곱으로 늘어나더니 7월에는 총 열 명이 모였다.

청소년들이 하나둘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참여한 청소년들이 수련관에 놀러 와 활동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자발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고, ‘1기’, ‘첫 회’, ‘최초’라는 이름이 주는 매력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중요한 건, 청소년들이 스스로 두 발로 수련관에 들어와 동아리를 하고 싶다고 말해주었다는 사실이다. 그건 분명한 변화였다.


불가능할 것 같고, 의아했던 동아리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참여도 점점 활발해지자 담당자로서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조금씩 가라앉고, 본격적인 활동의 계절인 4월이 찾아왔다.


자치조직 연합 발대식, 청소년운영위원회 발대식.
준비부터 진행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시간들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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