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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주스 Dec 09. 2022

애플 티, 00g

사과 이야기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섣부른 기대를 하는 것에 잠시 생각해보는 그녀였다. 잘 알지 못하는 남자가 당장 집 앞으로 찾아와 좋아한다는 말은 감추고서 온 몸으로 좋아함이 드러나는 모습에 키스를 해주고 싶었고 그걸 원하는 그였다. 고백의 말이 아닌 키스가 주는 시작은 얼마나 힘이 있을까. 또는 고백의 언어야 말로 그 무게는 서로가 바라는 것과 같을까.


-그녀는 조금 무겁지만 가볍다.-

그를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그 사람과 키스가 하고 싶어서였다. 섣부른 선택은 그동안의 자신이 얼마나 혼자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녀는 외로워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쉽지 않은 상대이고 싶어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마음 가는 대로 상대가 보는 자신은 벗어던지고 쉬운 여자가 되기를 선택하고서 솔직해져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는 곧 혼자가 될 거라는 막연한 직감을 한다. 이 직감이 현실로 자신이 만든 것인지 과거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된 온몸이 말해주는 감각인지 차라리 그렇다면 무감각해지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한다. 계산 없는 행동은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경각심 없이 위험 신호도 보지 않은 채 순수와 순진의 사이의 경계로 걸어간다.


-그는 조금 가볍지만 무겁다.-

그는 그저 호기심이다. 간질거림이 좋고 만나는 시작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  남자는  모르는 사람, 낯선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것은 익숙함과는 대조로 안정감을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혹은 사랑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매번 다양하게 변해야 한다. 감정 기복과 변화무쌍에 대한 차이. 그는 상상력을 심어주는 여자를 찾고서 답을 얻으면 애정은 금방 사라지거나 혹은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만든다.  나은 것이 아닌 반복된 선택이 내린 상황의 연속은 자신이 되었고 그것에 다른 결말을 얻기를 기대하는 안일함은 습관이 된다. 그는 자신으로부터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생각할  없다. 타인은 자신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당장은 자신의 마음이  크기에 타인의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신중한 성격으로 시작이 어려운 사람이 있는 반면 그만큼 소중한 사람과  오랜 시간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기 위해 시작이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만남에 진심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관계의 의지를 타인에게 화살을 돌린 무능력은 자신과 상대의 가치를 교환으로 안심이 곧 안정으로 안도하는 안정을 추구한다.


상대에게서 다채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상대와 자신 누구의 몫인가. 질문을 주는 것과 만드는 것.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을 던지는 것과 해소를 위한 과정에서 발현된 것은 다행히도 서로가 잘 모르는 상태에 대한 것을 알고 있음이다.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음에 안일함이 부른 참담함은 서로가 생각하는 사랑의 온도와 속도에 있다. 서로가 관찰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균열이 생겨 결국 자기 방어와 생존과 보호로 이어지는 반복에서 오는 상처의 뒤섞임이 서로를 만든다. 그 뒤,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는 수동적인 바람과 구원자의 등장의 기대, 섣부른 기대는 반복되는 실패가 시작되는 악순환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럼에도라는 위대한 말들이 붙을 도피와 자유, 해방감은 상대를 통해 나를 보는 과정에서 나오는 언어와 행위들과 나로 인한 상대의 변화와 성장과 안녕에서 오는 기쁨을 누리는 것의 간극. 그리고 진정성과 표현에 부끄럽지 않은 자세야말로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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