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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링고주스 Jul 28. 2021

바구니 속 열매

사과 이야기

바구니 속 열매


그는 평소 말도 표현도 요구도 없었지만 사소한 걸 기억하는 남자였다. 말은 없을지 몰라도 행동은 꽤 정직했고 애매한 것 없이 언제나 솔직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이 있듯 그것은 그 사람의 사랑 방식이라 생각했고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런 그가 자기표현을 하거나 적극적일 때에는 내가 먼저 다가갔을 때였고 먼저 다가오진 않았다. 상처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그의 마음은 알지만 그 마음이 가끔 나를 아프게 했다.

사실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같았지만 그 사람과 나는 다른 점이 더 많았다. 그중 하나는 나는 알 수 없는 미묘한 끌림으로 그를 사랑했지만 그는 자신이 이끄는 것에 끌려했다. 그것은 책임감을 동반한 것으로 내 마음이 무책임한 건 아닌지 가끔 죄책감이 들곤 했다.

틈,

그 사람은 우리 사이의 거리에 공간이 있을 때 편안함을 느꼈다. 육체는 함께 있지만 여백은 우리를 멀게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잠결에 느껴지는 그의 손가락 사이 나의 머리칼이 채워지며 미끄러질 때는 체온을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애무를 느끼며 안도한다.


그 행동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에 일관성을 중요시하는 습관에서 나온 것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반면 나는 사람은 다채롭고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라는 변명으로 모순적인 삶을 산다. 그와 나의 이런 차이는 마치 태양의 타오르는 열기로 응축된 돌이 나에게 날아와 무겁게 짓눌리는 것 같이 가끔 숨이 막혔다..

축축한 비 젖은 땅 냄새, 나누어 마시는 맥주 한 캔, 평소보다 습한 공기와 두드리는 빗소리에 자연스럽게 물어본 “어떤 이별을 해왔어?”라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그게 중요해?”라는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뚫지 못한 나의 질문은 허공으로 퍼지고 이내 곧 사라진다. 그 사람에 대해 더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은 “불안한 너의 마음은 스스로 채우지 않으면 영원히 너는 혼자야”라는 말에 확신이 되었다. 어설픈 자기표현은 실망을 만들었고 솔직함이라는 무기로 건넨 진심은 오해가 되었다. 자신으로 가득 찬 남자는 안락처가 되지 못한다. 혹은 그러고 싶지 않거나.

그녀는 점점 혼자 일 때 온전했고 함께일 때 불안했다. 그 불안은 외로움으로 번졌다. 외로운 사람으로 사랑을 하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아 괴로움을 택했고 다정함을 요구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한숨도 사라지고, 물먹은 솜 같은 구름은 더이상 흐르지 않았고, 발 닿는 곳곳마다 가을이 닿았다. 나는 조금도 심술궂지 않은 곳을 향해 가볍지 않은 바람처럼 움직인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그 계절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설렘으로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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