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 2019
03. 공간투어
업무특성과 자율성을 반영한 오피스 - 퍼시스 본사
누군가의 사무실이 궁금해지기는 처음이었다. 퍼시스는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쇼룸이 아닌 본사를 공개했다. 그곳에는 퍼시스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었는데, 보통의 투어가 공간만 보는 것에서 그친다면 퍼시스 본사 투어는 그 공간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까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마치 실제 공간을 이용해본 사람들의 사용후기까지 직접 보는 경험이라고 할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퍼시스가 퍼시스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경험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본사 투어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는 방해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덕분에 공간 투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몰입도 높은 투어였다.
지난 9월 25일 ~ 27일 퍼시스 본사에서 3일 동안 '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 2019'가 열렸다. 내가 방문한 날은 세미나 마지막 날로 많은 사람들이 퍼시스 본사 로비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득 퍼시스 본사 로비를 보면서, 회사의 로비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이벤트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회사의 이벤트가 있는 날, 이벤트가 없더라도 로비는 관계사 및 고객사 등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다. 퍼시스 로비는 그런 역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경험되었다. 1명, 2명 또는 여러 명이 앉기에 적합한 모든 공간 구성이 들어가 있는 곳이었다. 또한 카페가 한쪽에 마련되어있어 카페 특유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뿐만 아니라 퍼시스의 제품들을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퍼시스 사무환경 세미나 2019'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로비를 지나쳤고, 그 사람들은 이미 퍼시스를 경험하고 있었다.
퍼시스 공간 투어는 세미나 전과 후로 나뉘어있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지라 소수의 인원이 한 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공간을 투어 할 수 있었다. 공간 투어는 퍼시스 직원이 맡아서 진행을 해주었기 때문에 실제 리뉴얼된 공간을 사용하면서 있었던 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어떤 자리인지,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자리는 어떤 자리인지, 그리고 어떤 팀이 함께 일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내가 만약 퍼시스 직원이라면, 이라는 생각으로 퍼시스를 경험해보았다.
공간 투어의 시작은 자리 예약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자율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는 퍼시스 직원들에게 출근하자마자 필요한 것은 바로 자리 예약시스템이었다. 업무 특성상 고정석으로 구분되어있는 팀도 있었지만, 노트북만으로도 업무가 가능한 경우에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자율좌석제를 이용하고 있었다. 각각의 자리의 특성이 뚜렷해서 어떤 자리가 특별히 인기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션데스크 자리를 쓰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많다고도 이야기해주었다. 자율좌석제 도입으로 인해 생긴 것은 바로 개인락커다. 기존 책상에 있던 모든 짐들이 락커로 옮겨간 것이다. 락커는 공간의 구획을 나누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공용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은 공용으로 쓸 수 있도록 배치되었고, 직원들이 짐을 편하게 정리하고 옮길 수 있도록 휴대용 가방을 개발하여 이용 중이다. 팀별로 자리가 마련되었던 기존 방식에서 하나의 회사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팀 구분 없이 섞여 앉아있는 것이 오히려 협업의 가능성과 상호 간의 이해를 마련해주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생각되었다.
임원실의 경우에도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모두에게 공개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었고, 공간 투어를 하면서 보았던 2개의 임원실의 느낌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공간과 어우러지면서 심플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회의실 또한 각 의도에 맞게 마련되어 있었는데, 대체로 회의를 길게 하기보다는 핵심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하여 회의 공간이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꼭 회의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간단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책상 사이사이로 마련되어 있어 여러 사람들을 모이고 흩어질 수 있는 구조로 보였다. 각 층의 탕비실의 경우 기존 휴게공간의 역할까지 같이 했던 것에서 정말 간단하게 차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역할로 축소되었고, 휴게공간의 역할은 로비로 모두 이전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무공간의 영역을 넓혀 그 역할에 충실하게 만들었다.
사무환경은 끊임없이 바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다음으로 찾아올 Z세대가 회사 구성원의 과반수를 넘게 차지하는 순간 또다시 우리는 이런 고민을 통해 사무환경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되어 사무환경을 트랜스폼 하는 데 지금처럼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험할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아주 많다. 나는 사무환경도 물려줄 수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회사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회사의 동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나는 퍼시스가 하는 지금의 작업들이 단순히 '지금'을 바라보고 하는 시도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9년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가 사무환경에 녹아들어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무환경 전문가로서 퍼시스가 해온 이번 작업들은 다음 세대를 맞이해야 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하나의 유산이 아닐까. 거창해 보이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퍼시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듭니다'라는 캠페인을 넘어,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회사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2020년 퍼시스의 또 다른 실험 결과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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