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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서윤 Feb 06. 2022

며느리로서 보낸 명절은 어땠어?


설날이 지나고 받은 인사 중에 며느리로서 보낸 명절은 어땠는지에 대한 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며느리와 주부로서 보낸 명절이 일반적으로 보내는 명절과는 다른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남자들도 이런 명절 인사를 받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댁에 가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명절 음식 하느라 힘들지는 않았는지 하는 인사말이다. 


결론적으로 결혼을 하고 여태까지 4번의 명절을 보내면서 명절 음식을 한 적이 없다. 설거지도 한 적이 없다. 시댁에서 자고 온 적도 없다. 그렇다고 시댁과 사이가 나쁘지도 않다. 시부모님도 우리 부부가 궁금하면 전화하시고, 나도 시부모님 안부가 궁금하면 전화를 한다. 게다가 시부모님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살고 계신다. 그러니 자고 올 이유가 없고 (집이 가까우니), 명절이 아니더라도 종종 찾아뵙고 같이 식사를 하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다. 명절이 되면 같이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를 다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시댁이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시부모님이 나를 손님처럼 대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시아버님은 아직도 내게 존댓말을 하신다. 옛말에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양가 모두가 사위와 며느리 모두를 손님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양가 어디를 가더라도 손님처럼 대접을 받고 오는 경험을 우리 부부는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나는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잘 보이려고 노력하거나, 애써 노력해서 무언가 일부러 하지 않는다. 내가 일할 때는 시부모님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 그건 시부모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화가 와도 똑같이 내가 하는 행동이다. 시부모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서 일하는 중이라서 전화를 제때 못 받았다고 설명하고, 시부모님도 일하는 중일까 싶어 전화벨이 몇 번 울려도 안 받으면 전화를 끊어버리곤 하신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한 번도 설거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시댁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만류하시기도 하지만, 설거지를 꼭 해서 점수를 따야 된다거나, 거기에 의무감을 갖고 있지 않아서이다. 내가 며느리로서 가지는 모든 것이 의무감이 아닐 때 관계가 편안해진다.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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