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하 에세이
프리랜서는 퇴근이 없다. 내가 전업이 아닌 투잡을 하는 프리랜서라 그렇기도 하지만, 전업이 된다 해도 변할 것 같진 않다. 나의 프리랜서 일상은 대략 오후 7시 무렵에 시작된다. 아르바이트는 5시에 끝나지만, 집 근처 와서 저녁 먹고 조금 쉬면 금방 7시가 된다. 그때부터 나는 큰 호흡을 내쉬고 일에 집중한다. 그러나 일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서둘러 처리해도 늦은 시간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데 마음은 어딘가로 떠나 있다. 지쳐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일까.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일은 생각보다 금방 처리한다. 그래도 워낙 일이 많다 보니 오후 10시를 넘길 때가 많고, 요즘은 11시가 넘어갈 때도 잦다. 나는 10시 반을 넘기면 눈에 띄게 처진다. 온몸의 기력이 빠진다. 머리가 멍해지고, 잠도 잘 들지 않는다. 10시 전에만 끝내도 그런 증상이 없는데, 10시 반이 내게 한계치인 듯하다. 그때를 넘어서면 그 다음날까지 컨디션 난조가 이어진다. 아이고, 어쩌나. 오늘도 그럴 듯한데.
일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쉽사리 일을 못 줄이겠다. 아니, 반대로 여기서 더 일을 늘리고 싶다. 프리랜서가 대개 그런 것일지 몰라도 여기서 더 달리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다. 나는 아직 반만 걸친 프리랜서인데도 그런 압박이 심하다. 프리랜서는 여기서 멈춘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달려야, 더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 본전인 것이다. 만약 내가 평생 그런 인생을 살려 한다면 그런 일상을 즐겨야 한다. 다행히 몸은 힘들지만 지금의 일상이 매우 즐겁다. 다만 일을 조금만 줄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단 생각뿐이다.
조금씩 일의 성과가 나니까 더 욕심이 난다. 흐름을 탔을 때 쭈욱 내달리고 싶다. 여기서 좀만 더 애쓴다면, 잘하면 평생토록 먹고살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다만 건강을 챙기자. 일도 좋지만, 건강도 생각하자.
나는 일만 할 수 없다. 몽실이 산책도 시켜야 하고, 꾸준히 독서도 해야 한다. 이것들도 내겐 일이다. 솔직히 마냥 즐기면서 하지는 못한다.약간은 의무감에 한다고 해야 할까. 그것까지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눈 뜨고 나면 자정이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또 잠이 많다. 자정에 자도 다음날이 무척 피곤하다. 오전 7시 40분까지 내리 자는데도 5시간밖에 못 잔 것처럼 늘 피곤하다. 최소 8시간은 자야 그나마 개운하게 일어난다. 그것이 잠이 많아서인지, 숙면을 취하지 못해서인지 알지 못한다. 일찍 자고 싶은데 못 자는 게 싫을 뿐.
그래도 일은 재밌게 하고 있어 다행이다. 몸이 혹사당하는데도 일이 즐거워 견딜 만하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 기쁘다. 내가 전업 프리랜서가 된다면, 그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지. 더 기쁘게 일할 수 있겠지. 하루하루 보람차겠지. 하지만 그런다 해도 일을 빨리 끝내고 일찍 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업이어도 늘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 시간을 버는 만큼 더 많은 일을 벌릴 것 같은 확신. 일이 는다면 지금처럼 바쁘겠지. 바쁜 삶은 운명인가. 바쁨이 곧 행복일까. 그래도 건강을 위해선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일을 빨리 끝내고 쉬어야겠다. 체력도 남겨놔야 내일 쓰지. 이 글을 어서 마무리하고 남은 일을 처리한 뒤 오늘은 일찍 잠에 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러면 내일을 기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잠이 보약이다.
2020.03.31.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