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친한 친구이자 동반자
나와 남편은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여름 중에서도 유독 더웠던 그 날, 소개팅으로 만나 2개월 만에 양가에 인사를 하고 그 해 12월에 결혼식을 했으니..'정말 이렇게 짧은 시간 속에서 이런 큰 결정을 할 수 있구나' 나와 주변 사람들조차 놀라운 진행상황이었다.
"에이, 무슨 소리야. 결혼할 사람을 4계절은 지켜봐야지. 처음에야 다 잘해주지. 1년은 만나봐야 원래 성격도 나오고 오래 겪어봐야 맞는지 안 맞는지 아는 거야."
내 나이 서른이 넘고 나니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했고 20대에 시집보내는 것이 목표였던 우리 엄마는 멀쩡한 애가 왜 이렇게 시집을 못 가고 있냐고 면박 아닌 면박을 주며 재촉했던 상황이었다. 친구가 해주는 소개팅, 엄마가 해주는 소개팅과 선의 어중간한 만남 등 여러 사람을 만나봤지만., 내가 좋으면 상대가 싫거나 상대가 좋으면 내가 싫거나... 둘 다 딱 마음이 떨어지는 만남은 쉽지 않았다.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일 줄이야...
여러 사람을 만나며 아름답지 않은 시간들을 지나치며 '사람을 1년은 겪어봐야 한다'는 오래된 나의 진리도 잊혀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 생각이 깨지길 기다렸던 걸까? 조금씩 마음도 조급해지고 누구를 만날 수 있을까 많은 것들이 흐릿해질 쯔음,,, 누군가 나타났다.
'어? 이 사람이면 괜찮겠는데?'
소개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시간 동안, 나와 맞는 사람을 찾는 눈이 길러졌던 것일까.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이 결혼도 잘한다더니... 그게 나의 성격과 맞는 짝을 찾는 능력을 말했다면 그 말은 사실이다. 처음에 딱 마음에 드는 상대는 아니었지만 만날수록 어쩌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yes맨,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았고 나의 의견을 잘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5개월 만에 나이 한 살 더 먹기 전... 12월 14일. 우리는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처음 1,2년은 회사생활과 집안일 그리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가 태어나면서는 더 정신이 없었고.... 친구들과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남겨진 나의 인간관계는 유일하게 남편 한 명이다. 남편과 관계, 그것이 육아를 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편할 수 있느냐 아니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중요한 변수였다.
5개월 겪은 남편의 모습은 다행히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대로였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남편의 담당은 아이 옷 손빨래였고 거의 1년 동안 그 일을 해줬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으로 7년이라는 시간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우리가 요즘은 참 대견하다. 친구를 만날 수 없는 상황을 서로가 잘 채워주며 살아가고 있다. 흔히 부부를 전우애라고도 하고 육아 동지라고도 하던데, 어떤 모습이든 이제는 함께 늙어가고 아이들로 지금은 북적한 집이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은 시간에 우리 둘만 남겨질 모습을 가끔 상상해본다.
짧은 5개월의 만남으로 인연이 되어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 가끔은 소름 돋는다는 생각도 든다. '1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나만의 고집이 꺾인 이유가 있구나' 늘 신기하고 고마운 사람. 덕분에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작가'라는 이름도 생겼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 할지 모르는 거지만 50년 이상... 서로 잘 살펴주고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며 알뜰살뜰히 살아가고 싶다. 긴 시간 서로가 서로의 힘과 웃음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이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