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과 글쓰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에 나는 유난히 봄을 좋아한다. 봄을 타는 사람이 있고, 가을을 타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전자이다. 봄은 그저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어? 추운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오나?' 싶은 생각이 들면 겨울옷을 입고 다니는 날씨여도 내 마음에는 이미 봄바람이 들었다. 새록새록 올라오는 푸른 아기 잎도 좋고, 눈이 소복이 쌓인 듯 나무에 빼곡히 핀 벚꽃을 보는 것도 좋고, 양쪽으로 가득 핀 벚꽃터널이나 벚꽃잎이 바닥을 가득 채워 벚꽃 카펫으로 만들어버린 길을 걸을 때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황홀한 기분까지 든다.
책을 출간하고 글을 쓰는 일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누군가 글 쓰는 방법을 물어오면 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머쓱할 때가 많았다. 공식 같은 방법이 있다면야 당연히 알려줄 텐데 나에게는 그런 것이 없다. 아직 글 쓰는 세월이 길지도 않거니와 그냥 쓰고 퇴고하는 과정을 반복할 뿐 나열할 만큼의 정보성 방법은 아직 모르겠다.
오늘 낮, 벚꽃길을 지나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벚꽃이 만개했네. 어제 비가 와서 바닥에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이뻐. 며칠 후면 남은 잎들도 모두 떨어지겠지? 1년을 기다린 벚꽃인데 정말 잠깐 빛나는구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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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오늘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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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글쓰기의 시작인 거구나.
글쓰기 특히 에세이 글쓰기, 일상 글쓰기의 기본은 나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오늘 든 생각도 그냥 흘려보냈다면 끝이었는데 이렇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을 하니 하나의 소재가 되었다. 예를 든 것은 벚꽃을 보고 든 나의 생각이지만,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같은 것을 보면서도 떠오르는 생각은 다 다르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의 언어와 느낌으로 쭉 쓰면 그저 나의 글이 하나 완성된다.
살랑살랑.
내 마음에 바람을 들이는 일.
일상을 관찰하는 일.
글쓰기의 힘이다.
지나치는 생각 하나를 끄적여놓았다가 글로 써보자. 훨씬 풍부해진 하루가 완성되고 그것들이 모여 나의 글이 된다.
나이가 들었기에 나는 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일상은 참 지겹다. 그 날이 그 날 같고, 어제가 오늘 같고... 특별한 사건도 없고 기억할 것도 없는 하루. 특히 엄마의 하루는 참 지루하다.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하루가 허무하고 짜증 나고 아쉽다.
그 하루의 짧은 찰나를 관찰해보면 어떨까?
이 나이에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하지 않은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나이 40에 글쓰기를 만나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