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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Apr 01. 2022

너는 진짜 그렇게 슬퍼?

나는 늘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고 헤어지는 것에도 똑같은 시간만큼, 남들보다 느리고 길게.. 마음을 저만치에 두고 바라볼 수 없을 만큼 감정과 하나가 되어 만남도 헤어짐도 어려웠다. 행동은 빠르지만 마음은 느려서 처음 보는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학기말, 1년 동안 친했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날. 나는 그렇게도 울었다. 

"너는 진짜 그렇게 슬퍼?"

다른 반이었지만 단짝이던 친구가 하루는 그렇게 물었다. 

"이게 안 슬퍼?"

서로 이해가 되지 않았던 두 아이. 

어쩌면 그게 각자의 성향, 성격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 그 친구는 그런 사람.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소수와 깊게 만나고 인연을 이어가는 내성적인 사람이라 우르르 모이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뒷걸음질 쳐지는 스타일인데, 그런 사람이 1년을 매일 같이 수업 듣고 등하교를 하고 밥도 먹던.. 1+1=2 가 아니라 1+1=1 같은 마치 하나처럼 느껴졌던 친구와 다른 반이 되다고 생각하니 무턱대고 눈물부터 나왔다. 그 친구는 그때 어떤 감정이었을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늘 학년이 바뀔 때 그랬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기에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여행을 하루 이틀 가는 건 일탈이라는 이름으로 즐기지만 이사를 가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은 조금 성격이 변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성향이 어디 가지 않더라는... 사람 사는 곳이 그리고 사람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만 느리지만 듬뿍 줘버린 혼자만의 정을 떼기는 참으로 힘든 과정이다. 



표현이 약하고 어색해서 처음에 상대방에게 가는 마음을 숨긴다. 본능인가 싶을 정도로 일단 분위기를 파악하고 긴장하며 누군가와 함께 한다. 그리고 서서히 스며들며 혼자 친해져 버린다. 끝나는 지점에서는 미처 가져오지 못한 내 마음이 그곳에 남아,  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어릴 때도 마흔이 된 지금도.






"주말마다 제가 줌을 열게요"



모임에 들어갔고 친해지고 싶었고 그 관계 속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이런 능력이 있어요!!" 소리치면 좋겠는데 찾아봐도 쉽게 보이지 않고, 그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는 건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고민이나 생각을 들어주고 그것의 무게를 더는 일은 내가 어쩌면 잘하는 일이니까. 일단 선언을 했다.



그리고 진짜 약속한 대로 3달 동안 토요일 오전 6시 줌을 열었다. 2명, 3명, 6명... 오신 분들의 수는 매주 달랐지만 일단 나는 오픈을 해서 기다렸고 2시간 남짓 쉴 새 없이 수다를 떨었다. 물론 나보다 오신 분들이 더 많이 말이다. 



이것 또한 마지막 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문득, 어쩌면 줌을 매주 연다고 한 건 나를 위한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목표, 방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 모임에 나는 진심이었다. 친해지고 싶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나의 성향상 자주 보고 얘기를 나눠야 빨리 편해지니까. 그런 생각으로 선언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것과 연결되어있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함께 들었다.




결국 함께한 시간을 이야기하며 울고 말았다.

감성적인 이야기 말고 이성적인 말들로 채웠어야 하는데, 주책맞게 또...





뭐 그런 걸로 울어?

나이 이제 먹을 만큼 먹었어, 사람들 앞에서 자꾸 울지 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남편이 이야기한다. 그렇지,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되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한심하게 보이거나 이상하게 보이는 게 당연하다. 나는 감정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에게 그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격해지는 마음을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눈물을 막아내고 말을 또박또박할 수 있을지. 그런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부러워진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주책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전자라고- 그러니 이것도 괜찮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데... 그렇지, 이제 나이가 좀 많긴 하다. 

눈물 속에 담긴 마음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주책이라고 하지 않겠지..

그렇게 또 혼자 다독이며 작아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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