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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Dec 17. 2021

(축)여성영화인모임 홍보마케팅상 수상

입사 8개월차에 이런 영광을!

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한해를 돌아보면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 2021년이 왜 이렇게 느리게 가는지 원망스러울 정도로 힘든 순간도 많았다. 5월에 영화마케터가 된 이후로 정신없이 몰아치는 업무를 배우고 수행했던 과정은 솔직히 군대 2회차로 쳐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8개월차, 아직은 햇병아리라고 할 수 있는 영화마케터로서 솔직히 매달 받는 월급에는 한 점의 부끄럼 없이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올해 제22회 여성영화인모임 시상식에서 우리 회사가 홍보마케팅 부문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당장 기쁨이 앞섰으나 한편으로는 내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일을 처음 배울 때는 그저 주어진 일을 쳐내기 바빠서 이전에 하던 관습을 몸에 익히기도 벅찼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이제는 웬만큼 루틴한 업무는 무난하게 처리하게 되었다. 그러고나서 나의 지난 업무를 돌아보면 내가 일을 너무 기계적으로 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든다. 감독과 배우는 우리를 믿고 자식과도 같이 소중한 영화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맡긴 것인데... 때때로 영화를 그저 일로서만 대하고 편하게 처리하려고 하지는 않았나를 반성한다. 이제와서 지난 영화들의 선재나 프로모션 등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미 홍보마케팅의 손을 떠난 뒤다.


그래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가 참 열심히 해왔다는 것이다. 우리가 맡았던 영화들의 남은 포스터나 보도자료 출력본을 가끔 볼 때마다 당시에 애써서 일했던 기억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다시 느껴진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몸이 아프기도 했지만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 되었다고도 생각한다. 홍보마케팅 단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종종 영화를 만드는 사람 축에 포함되지 않기도 하지만 누가뭐래도 우리가 담당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너무 소중하다. 같이 힘을 합쳤던 동료들이 아니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12월 16일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6시에 여성영화인모임축제가 시작, 7시부터 시상식이 진행됐다. 척박한 영화계에서 여성영화인들의 데뷔와 성장을 서로 도운 사람들이 모여 모두를 한마음으로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된 것으로도 무척 영광이었고 감사했다. 멋진 여성영화인들의 면면은 그 자체로 존경의 마음이 들게 했다. 사회는 문소리 배우가 진행했고, 여러 해 동안 사회를 맡아서 그런지 재치있고 능숙하게 축제를 이끌었다. 수상자 중에서는 우리가 홍보마케팅을 맡았던 <갈매기>의 김미조 감독(각본상), <휴가>의 이란희 감독(감독상)께서도 참석하셔서 반가운 마음이었다.


이윽고 첫번째 수상 부문인 홍보마케팅 차례가 되고 대표님과 직원들이 단상에 올랐다. 사실 이 상은 대표님께서 좋은 영화를 받아와서 마케팅을 진두지휘한 것이기에 대표님 혼자 단상에 올라서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주최 측도 당연히 그렇게 진행하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대표님을 수상자 좌석으로 배치하고 우리들은 뒤쪽의 일반 좌석으로 배치했다. 하지만 대표님께서 이 상은 직원들과 함께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를 단상에 오르게끔 배려해주셨고, 홍보마케터로서 늘 무대를 세팅하고 마이크를 전해주는 입장이 아니라 잠시나마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쥐는 입장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올해 우리가 맡았던 라인업을 돌아보면서 떠오른 말들을 간단히 추려서 아래와 같이 1분 여의 수상소감을 전했다.


대표님께서 직원들에게 내어준 수상소감 시간에 한 마디 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필앤플랜 송치욱 사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우선 수상하게 돼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저희 올해 영화 라인업 돌아보면서 허수경 시인의 자주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분께서는 '젊은 시인, 노동자, 노점상에게 아부하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종종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세상이 쉽게 오지는 않겠지만 저희가 올해 소개 드렸던 <생각의 여름><휴가><왕십리 김종분> 그리고 저희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던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했다고, 자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가슴 뛰는 작품들을 소개 드릴 수 있도록 발로 뛰는 그런 홍보마케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영화, 그리고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게 해주신 저희 대표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다 말하고 나니 좀 느끼한 소감 같기도 하고, 대단한 성취를 거둔 사람인 양 거창한 이야기를 한 것 같기도 해서 머쓱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을 했기 때문에 후련한 마음이 든다. 내가 영화마케터가 되기로 한 이유가 저 소감에 어렴풋이 하지만 오차없이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마케터 생활을 얼마나 지속할지는 모르지만 이 일을 하는 동안은 되도록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선배 영화인들이 건네준 소중한 격려로 기분 좋은 연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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