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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유 Apr 12. 2020

나에게는 첫눈

한 여름밤의 꿈

올해 겨울,

서울에 눈이 족히 열 번은 내렸을 것이다.

매번 기회를 놓쳤는데

운이 좋았는지

오늘 드디어 ‘나에게는 첫눈’을 만났다.


일부러 내리는 눈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

우산도 모자도 없는 내 머리 위로,

싸리비 눈이 쏟아져 내렸다.


어린 시절 믿었던 미신 같은 이야기는

콧잔등 위로 눈을 맞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코 위에만

족히 만 개는 되는 눈송이를 맞았는데

갑자기 하늘은 나의 만 개나 되는 소원을 들어줄 것인지

묻고 싶어 졌다.


그래만 준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 개나 되는 소원을 생각해 낼 자신이 있었다.


맹세코 하루도 사는 게 쉬웠던 적 없었다.

그래도 첫눈 같은 예기치 않은 우연을 만날 때마다 생각한다.

이래서 나는 사는 게 좋다고.





인스타그램 : @dnsgudr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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