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
올해 겨울,
서울에 눈이 족히 열 번은 내렸을 것이다.
매번 기회를 놓쳤는데
운이 좋았는지
오늘 드디어 ‘나에게는 첫눈’을 만났다.
일부러 내리는 눈을 맞은 것은 아니었다.
우산도 모자도 없는 내 머리 위로,
싸리비 눈이 쏟아져 내렸다.
어린 시절 믿었던 미신 같은 이야기는
콧잔등 위로 눈을 맞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코 위에만
족히 만 개는 되는 눈송이를 맞았는데
갑자기 하늘은 나의 만 개나 되는 소원을 들어줄 것인지
묻고 싶어 졌다.
그래만 준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만 개나 되는 소원을 생각해 낼 자신이 있었다.
맹세코 하루도 사는 게 쉬웠던 적 없었다.
그래도 첫눈 같은 예기치 않은 우연을 만날 때마다 생각한다.
이래서 나는 사는 게 좋다고.
인스타그램 : @dnsgudr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