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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루 Oct 13. 2019

이 불편함을 사랑해야 한다.

01. 이 불편함을 사랑해야 한다.


너를 미워하는 나를 보는 일은 정말 힘들다.

너를 미워하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까지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너라는 이름 앞에

내가 가진 조건에 의해서나

네가 가진 조건에 의해서

너의 앞에서 웃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자주 너의 앞에서 가면을 쓰고 있다.     


나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보이지 않아

어쩌면, 나는 질투나 미워하는 마음 그 자체가 아닐까

결론지어 보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나를 미워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힘듦이 싫기에

미워함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너를 피하려 하지만

그 힘듦을 피하기 위해

너를 피하려 할수록

나는 더욱 네가 없는 한편에서

너를 맞이해야 했다.     


내가 이 글을 씀에 이유도 이 불가피함에 있다.

그리고 이 불가피함은  힘듦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불편함을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불편함으로 말미암아

나의 참회의 의도는 불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힘겨움은 내가 스스로 짊어 저야 할 증거인 것이다.     


나에 대한 그리고

너에 대한

우리 사이의

이 시도에서 

내가 느끼는 나를 미워함이라는 괴로움과 맞이 해야 할 고민들은

너를 위한 희생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나는 너를 미워하더라도

나에게는 떳떳하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내가 부치지 못할 수도 있는 이 편지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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