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르며 내 눈꺼풀을 두드리는 바람에 생각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났지만, 그것이 전혀 짜증스럽거나 후회스럽지 않을 만큼. 그 정도로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아침도 먹지 않고 한 시간을 창밖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불가항력이자, 그 장관에 대한 예의였다. 자연이 나를 반기며 준 선물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일출을 온몸과 마음으로 품고 나니, 슬슬 지루함이 피어올랐다. 잠시 숙소 바깥을 걷거나, 쪽잠을 자거나,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아침이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오만가지 잡스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고, 나는 그들에게 함락당해 어느새 내 존재에 대해 회고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너는 누구인가.
가장 먼저 이름이 떠오른다. 그 앞뒤에 붙을 수식어들도 하나 둘 떠오르지만, 딱히 마음에 닿는 것은 없다. 직업으로 나 자신을 내세울 것인가, 성격으로 나 자신을 설명할 것인가, 혹은 나만의 꿈과 야망을 드러낼 것인가. 각각 보잘것없거나, 매력적이지 않거나, 혹은 허무맹랑하다는 치명적인 단점들을 갖고 있다.
이름만으로도 나를 온전히 보여줄 수는 없을까. 그런 내공이 쌓이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할까.
그리고 나는, 대체 너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당장 떠오르는 사자성어들이 꽤나 많다. 입신양명, 부귀영화, 또는 자아실현.
적어도 최근 몇 달 동안에는 오로지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았으나, 그로 인한 부작용과 부담감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미지의 길로 떠나는 모험. 적어도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동안에는, 경제적으로 궁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이 모험의 유일한 성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네가 바라는 것은 돈인가? 아니면 돈을 가져다줄 수 있는 명예와 권력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자아의 실현인가? 여기까지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왔을 때, 다시 모든 생각을 처음으로 돌리는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도대체 너라는 인간은, 누구인가.
이런 질문들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시간이 꽤나 흘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어제와 비슷한,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자,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그래, 어차피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걸.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