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三十日 전은 공교롭게도 그가 쓰임새를 찾아 나선 지 어언 一年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가 쓰임새라는 것의 존재를 알아차린,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의 쓰임새가 사라져 버리는 것을 목도한 날이라는 것이다.
어렴풋하게 남은 그의 기억에는 작고 초라한, 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탓에 날갯짓이 유독 가벼워 보이는 시퍼런 새 한 마리가 존재한다. 그 기억 때문에 지금까지 그는 쓰임새 -라는, 존재의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무언가- 를 찾아 오늘도 떠났던 것이다. 물론 저녁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과거의 그는 밤새도록 길거리를 헤맸던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그랬다가는 아주 무시무시한 병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 기억이 그에게 끼친 두 번째 영향은, 그 이후로 그는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나는 동안 말이다. 그래서 그는 매일 쓰임새를 찾아 나설 때마다, 치렁치렁해진 머리를 아주 유려하고 익숙한 손짓으로 쓸어 넘겨 질끈 동여맨다. 어쩌면 그는 그의 머리카락 길이와 쓰임새의 털의 풍성함이 비례할 것이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쓰임새의 털, 쓸모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쓸모의 정의를 잊지 않도록, 다시 되살펴보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친다.
쓸모.
쓰임새의 털.
깊고 진한 파랑색을 띠며,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하지만, 쓰임새는 서식하는 주변 환경이나 스트레스에 따라 털갈이를 조절하므로, 상황에 따라 쓸모가 아주 많거나 아예 쓸모가 없게 된다.
쓸모가 없는 쓰임새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