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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Jul 23. 2021

-27, 三三판.

삼세판, 한국인의 유구한 전통

삼세판. 세 번째 안에 승부를 보는 것.


조선시대에는 삼도득신법(三度得伸法)이라 하여, 송사의 판결에 불만이 있을 때 세 번까지 항소할 수 있게 제한하는 제도도 있었다 한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삼도득신법(三度得伸法))]

굳이 이렇게 뿌리까지 찾아내려가지 않더라도, 너무나 익숙한 그 단어, 삼세판.


그래서인지, 세 번째 승부는 유례없는 긴장감을 준다. 세 번이나 시도해도 안 되는 것이면, 정말 못 되는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 같은 절박함이 스며든다.


그래서인지, 세 번째 승부를 자연스레 미룬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어떤 결말일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그 엔딩을 보고 싶지 않다는 심리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운전면허 주행시험을 두 번 떨어졌고, 세 번째 시험을 벌써 다섯 번이나 미뤘다.


그는 채용과정에서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다행히, 세 번째 실패는 없었다.


나는 두 권의 매거진을 발행했고, 세 번째 이슈를 올해 안에는 발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162일 남았다.


그는 쓰임새를 찾는 세 번째 여행을 계획 중이다. 첫 번째는 동해시 묵호항, 두 번째는 여수 돌산읍이었다.


나는 두 번의 공황 발작을 겪었다. 세 번째는 절대 없어야만 한다.



심지어 말 줄임표의 점도 세 개라니. 그런데 왜 오목에서 삼삼은 반칙인거야.




*빌롱잉스 3인조 또한 세 번째 임보중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생략)

여기에 쓰임새는 사람과 물건에 종속되어 서로의 니즈를 확인시켜주는 힌트가 되는 가상의 존재가 된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쓰임새도 변화하는 것이다. 내가 면접을 본 후에 쓸모없는 내 쓰임새를 찾고 좌절했지만 쓸모를 되찾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이나, 똑같이 생긴 의자가 카페에 놓여 있을 때와 쓰레기장에 놓여 있을 때 쓰임새가 달라 보이는 것이 예시가 될 것 같다.
임보를 맡긴 내 소지품들은 적어도 처음에는 쓰임새가 생생히 살아있었다. 하지만 내 임시 공간에서 나와 함께 있으면서 점점 쓰임새가 희미해졌던 것이다. 적어도 임시 보호 중인 지금은 다시 건강해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Q3. 임보중에 참여하게 된 계기 혹은 물건을 빌려주게 된 계기에 대해서, 나름의 선별 기준이 있었는가?


본래의 쓰임새를 되찾을 수 있는 것이냐가 가장 중요했다. 스툴 2개와 바 스툴 2개 모두 원래는 의자로서의 쓰임새가 있는 것들인데, 적어도 내 방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빌롱잉스의 스튜디오에서는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임시 보호 중인 소지품들도 마찬가지로 접근했던 것 같다. 가장 이상적으로 염두에 둔 것은 나와 내 공간에서 쓰임새를 찾는 것이었지만, 일단은 실패했다.

평소에도 물건들을 대할 때 나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나 공간이 있다면 그들에게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다양한 물건들의 임시 보호 요청을 드린 것 같다.

(생략)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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