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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 do rough Aug 07. 2021

-15, 전래 동화: 쓰임새 이야기 一.

옛날 옛적, 아주 먼 옛날에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일세.


다들 열두 간지가 무엇인지는 익히 알고 있을 테니, 잡설은 걷어 치우고. 원래 그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 저기 저 하늘 위에 계신 전지전능하신 분께서 동물들에게 경주를 시킨 것은 알고 있으려나.


그 경주에는 세상 모든 동물들이 다 참여했으니, 열두 간지에 들어간 자-축-인-묘-진-사-오-미, 신-유-술, 아이고야, 그리고 돼지 놈 해까지. 그들 말고도 고양이, 참새, 멧돼지 가릴 것 없이 모두 말이야.
당연히 쓰임새도 그중에 한자릴 차지하고 있었지.


그 경주라는 것이 요이- 땅! 한다고 후다닥 달려가서 끝날 것이 아니라, 산 넘고 바다 건너 또 산 넘고 바다 건너, 또 또 산 넘고 바다 건너서 족히 지구 반 바퀴는 돌아갈 법한 그런 경주였단 말이다. 그러니 가는 도중에 포기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았겠니.
인내심이 부족하고 체력이 달리는 동물들은 시작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도로 출발선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단다.


그런데 이 쓰임새라는 놈은, 새라서 날아갈 수도 있고 원체 몸이 날랜 놈이어서 아주 신이 나게 산 넘고 바다 건너 경주를 즐기고 있었다고. 1등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이 말이지.


아니 그런데, 쓰임새가 열심히 날아가며 땅을 내려다보니, 바다를 앞에 두고 소 놈이 음머- 하며 구슬피 우는 것이 아니더냐. 심성이 곱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쓰임새는 그 꼴을 보고 모른 체 지나갈 수가 없었단다. 
바로 잽싸게 소에게 다가가 물었지.


“아이고, 무슨 일이냐 소야.”


“나는 수영을 잘 못하는데, 저 끝도 없는 바다를 도저히 건널 자신이 없어서 울고 있었음머-


“하이고, 이를 불쌍해서 어째.”


아니, 어쩌긴 뭘 어쩌냐 이 놈아. 집채만 한 덩치에 쌀 몇 가마니만큼이나 무거운 저 소를 어찌하려고!


그래도 쓰임새 요 놈이 머리는 좋아서, 소에게 잠시만 기다려보라고 하고는 근처 숲으로 날아갔지. 그렇게 반나절쯤 지났을까, 쓰임새가 물어다 나른 지푸라기와 풀 더미, 나뭇가지가 산을 이루었단다. 


그것들을 한데 엮어 기다란 끈과 널따란 부표를 만들더니, 소 몸뚱아리에 그 끈을 묶고 부표를 단단히 잡으라 당부를 하고는, 끈을 입에 물고 바다를 건너기 시작한 거야.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고, 또 하루가 꼬박 지나도 땅이 나올 기미가 없으니, 슬슬 쓰임새도 지쳐서는 헤롱헤롱 하는 것이야.


“쓰임새야, 괜찮으니? 나 때문에…”


“아니다 소야. 후우… 나는.. 나는 괜찮으니, 땅이 보이면 꼭 말해주려무나.”


쓰임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 날개를 저었어. 그리고 그렇게 반나절이 지날 즈음, 천만 다행히 땅이 보이기 시작했지.
사력을 다해 소를 끌고 땅에 쓰러지듯 도착한 쓰임새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단다.


“쓰임새야, 쓰임새야. 정말 고맙구나. 이번엔 내가 널 도와줄 테니 내 등에 타서 쉬렴.”


“고.. 고맙다, 소야...”


그렇게 쓰임새는 소의 등에 실려 계속해서 경주를 이어 나갈 수 있었지. 쓰임새의 집보다 넓고 푹신한 소의 등에 누워, 쓰임새는 며칠 내 잠을 잤다지 뭐야.


그러다, 어디선가 또 다른 동물이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와, 쓰임새는 잠에서 깨어났어.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


앞뒤로 30날을 기록하고 싶으신 모든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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