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 침대 옆자리에 나타난 그와 동거를 한지도 벌써… 음… 어쨌든, 꽤나 오래 지났다.
결코 짧은 기간은 아닌 것이 확실한 이유는, 언젠가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내 방 구석에 놓인 의자 위에 그가 앉아있는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밤에 잠들기 전에 그에게 침대 맡 조명을 꺼도 괜찮은 지 묻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시작과 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와 그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는 꽤나 부지런해서,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굉장히 규칙적인 행동양식을 보인다. 하루에 두 번은 차를 내려 마시는 습관이나,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가고 들어오는 것을 보면.
나는 적잖이 게을러서, 항상 그보다 늦게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굉장히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하루 내 집 안에만 있는 것이 다반사이고, 끼니 또한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 즉흥적으로 때우는 것을 보면.
이와 동시에, 나는 내 아이들과 여전히 별거 중이다. 여기서 아이들이라 함은, 내가 빌롱잉스의 스튜디오에 빌려드린, 혹은 임시로 보관해 놓은, 가구와 소품들을 말한다. 돌아오더라도 놓일 공간이 없다는 핑계를 뻔뻔히 대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보관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게 그 아이들과의 별거도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간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그 아이들의 존재가 희미하지만, 아주 가끔, 가끔은 진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유일한 내 의자를 그에게 뺏긴 채로 멀뚱히 서있어야 할 때나, 내 마음에 적절한 좌절과 풍만한 위안을 심어 주던 글귀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서 불편한 마음이 들 때 말이다.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나는 아이들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별 거 아닌 동거를 하고 있다.
『앞뒤로 30날』은
삶의 크고 작은 분기점의 앞뒤로 30일 동안 매일 글을 쓰면서,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 잡는 솔직한 고백이자 성찰의 기록입니다. 매일 남은 혹은 지난 날짜를 체크하며, 주제에 따른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