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마신 그 시간
‘엔젤스 셰어(Angel’s Share)’.
위스키나 브랜드 같은 증류수를 오크통에 숙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알코올과 물의 비율을 일컫는 말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 이름은, 증발한 술을 되찾을 수 없어 '천사가 마셨다'라고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참 아름다운 생각이다.
우리에게,
천사가 스쳐간 기억은 없을까.
천사가 마신 시간은 없을까.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슴아슴 피어나는 추억들. 그 속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강아지풀로 볼을 간지럽히던 친구의 손길,
머릿결을 매만지는 바람결의 부드러움,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꿈인 듯 현실인 듯 아련한 순간순간들...
이것이 천사가 스치고 간 시간은 아니었을까.
지친 삶 속에
한줄기 빛처럼,
고운 미소처럼,
향기로운 꽃처럼,
포근한 바람결처럼,
따스한 손길처럼 은근히 다가와 준 시간들...
그런 것들이 천사가 살포시 입맞춤을 한 시간은 아니었을까.
오늘도
알게 모르게 증발한 좋은 시간들이 있을 거고, 기억하면 더 사랑스러운 얼굴도 있을 것이다.
천사가 우리에게 살그미 놓아둔,
시간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하루의 끝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