툽상스럽지 않다.
양간한 말씨와 고운 매무새가 볼 때마다 미소 짓게 한다. 말할 틈이 생기면 주저리주저리 칭찬을 엮게 된다. 늘 안쫑잡고 있던 마음이었나 보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어 즐겁다.
그런데 몇 해 동안 같이 일해도 이해가 안 되는, 꽉 막힌 벽 같은 이가 있다. 이기적인 면이 두드러지고 자기 일에만 열심인 척, 주위와는 소통이 잘 안 된다.
어느 모임이든, 이상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없으면 내가 이상한 사람인 거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그렇다. 도무지 결이 맞지 않아 끝내 선택한 것은, 무관심과 무심이다. 그 뒤 한결 맘이 홀가분하다.
사람과의 관계가 얽히면, 할머니의 다래끼가 생각난다. 부뚜막 구퉁이에 놓였던 다래끼는 만물상자였다. 소소하게 필요한 여러 물건들이 뒤섞여 있었다.
눈다래끼로 눈시울이 아릴 때도 그 안의 자투리천으로 안대를 대신했다. 할머니의 투박한 손이 다래끼 바구니 안으로 쑥 들어가면 맞춤처럼 적절한 물건이 따라 나왔다. 할머니는 가끔 다래끼를 뒤집어 쏟아놓고 정리하셨다. 대수롭지 않은 물건들이었지만 할머니의 손을 거치면 신기하게 쓸모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부뚜막 다래끼 안에 손을 집어넣고 마음도 알맞게 다듬어지면 좋겠다.
맞춰 짜내는 것이 아닌, 손길과 손끝으로 스르르 빚어지듯 할머니의 다래끼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