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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돌, 디딤돌 그리고 사람 사이

by 제노도아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안부를 물으면 반가워하며 만나자는 이가 있다.

첫 만남부터 그냥 나를 믿어줘 고마웠다.

그러그러 몇 년을 못 만났는데 이번에는 꼭 보자고 한다.

겯고틀던 사이가 아니었고, 해까운 사람도 아니니 셀렘이 있다.


인생은 저마다의 길을 걷는 일이다.

그 길 위에 햇살이 비추기도 하고, 어느 날은 돌부리에 마음이 꺾이기도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역시 그 길 위에 놓인 돌과 같다. 누군가는 걸림돌이 되고, 또 누군가는 디딤돌이 된다.

어떤 인연은 내 속도를 늦춘다.

말 한마디에, 눈빛 하나에 마음이 붙들려 제자리에서 몇 날을 맴돈다.

그들은 내 안의 상처를 건드리거나, 나의 불완전함을 비추는 거울이 되곤 한다.

걸림돌은 때로 나를 멈춰 세우지만,

멈춘 자리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속마음의 소리도 있다.

다른 인연은 나를 조금 더 나아가게 한다.

말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

내 이름을 조용히 불러주는 사람.

그런 이들은 나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디딤돌은 흔히 작고 낮아서 그 존재가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낮음이 누군가를 높이는 힘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에겐 걸림돌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디딤돌이었다.

관계란 그렇게 완벽하지 않게 이어지는 일이다.

걸림돌 위에 피는 꽃이 있고, 디딤돌 아래에 깔린 눈물도 있다.

그 모든 것을 지나 우리는 사람 사이에 길을 낸다.

아프고, 따뜻하고, 다시 걷게 되는 길.


화톳불이 꺼진 뒤 남은 몇 개의 무드러기처럼,

좋은 인연은 시간 너머로 뭉근히 사위지 않는다.

언제든 변함없이 호의를 보여주는 이는 많지 않다.

인맥빨래, 인맥다이어트로 자주 주변인을 정리하거나

티슈인맥처럼 필요할 때만 찾고 버리는 관계가 허다하다.

사귐에 앞서 걸림돌일까, 디딤돌일까를 생각한다면

순수한 만남은 기대하기 어렵다.


징검돌처럼 띄엄띄엄하더라도 서로의 애틋함이

정겨운 눈길로 마주하는 인간관계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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