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Jun 19. 2019

요가로 몸을 읽어봅니다

매트 위에서 나의 흐름을 찾는 시간



당신의 몸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대다수의 운동은 유연성과 근력을 필요로 한다. 꾸준히 하면 두 능력 모두 기를 수 있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다. 첫 발레 수업에서 한 발끝을 다른 쪽 다리의 무릎에 대는 '파세(Passe)'를 배웠다. 두 다리를 삼각형으로 만드는 기본자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은 두 가지이다.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은 숨을 들이쉬듯 가볍게 다리를 들어 올린다. 이들은 그 동작을 오래 유지할 근력을 키우는데 목표를 둔다. 근력이 탄탄한 사람은 돌덩이가 허벅지에 얹힌 듯 힘겹게 모양을 그린다. 끙끙 버티다 보면 관절의 가동범위가 늘어나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유연성을 가지면 근력을, 근력을 지니면 유연성을 향상하도록 훈련하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운동은 공평하다.


나의 경우에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근력이 발달한 체형이다. 몸의 특성을 생각하면 근력 위주의 웨이트 트레이닝보다는 스트레칭 중심의 활동이 적합하다. 그래서 발레나 요가처럼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선호한다. 물론 발레든 요가든 결국에는 근력이 수반된다. 인도에 돌아온 이후 5개월째 요가를 하고 있다. 시작은 재활치료였지만 지금은 나의 몸을 꼼꼼히 알아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수련을 하며 신체 부위에 따라 근력과 유연성의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하체 근육은 빨리 생기는데 상체는 더디게 늘어 근육량의 불균형을 실감한다. 여러 가지 아사나(동작) 중 앞으로 숙이는 전굴은 주위를 돌아보며 민망해할 정도로 어렵지만 뒤로 젖히는 후굴은 곧 잘한다.


어떤 종목이든 시작하는 몇 달 간은 운동하는 방법을 배우는 단계라 생각한다. 가령 한 동작을 수행하는 의도가 허리의 힘을 기르기 위함이라 하자. 가르치는 선생님의 본뜻과는 달리 다리나 팔의 힘으로 몸을 지탱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본래 계획했던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반복되는 연습을 거치면서 동작이 몸에 익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행하게 된다. 앞과 뒤, 양옆의 누군가를 찾아 엿보지 않아도 스스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안다. 수차례 강사가 이야기한 핵심을 올바른 자세로 구현하는데 이른다.


여기서는 무게 중심을 발가락 쪽으로 옮겨야 하는구나. 이렇게 하면 팔에 체중이 과도하게 실려서 무리가 가니 복부에 더 힘을 주어야 해. 다리를 조금 더 벌려야 바른 자세를 만들기 쉬워. 몸이 아직 덜 풀렸으니 완벽한 동작을 하기보다는 무릎을 조금 구부려서 허리를 펴는데 집중해야지. 괜찮아, 똑같은 아사나를 다섯 번 되풀이하니까 점점 능숙해질 거야.


바쁜 일상 속에서 밀려드는 업무와 새롭게 채워야 할 지식, 수시로 들어차는 상념을 걷어내고 나의 몸에 온전히 몰두하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정해진 시퀀스에 맞춰 동작을 연결하고 호흡하는 과정에서 나의 흐름을 찾는다. 힘이 골고루 분배되었는지, 손과 발의 간격은 적당한지, 균형을 잃지는 않았는지. 매트 위에 섰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나의 몸을 내밀하게 읽는다. 오늘도 나마스떼!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로 잃어버린 팔을 찾았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