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이번 주는 몸이 피곤하다. 알바하는 카게가 전보다 요즘 잘 돼서 서서 일하는 시간이 길다. 청소도 더 열심히 한다. 출근 시간도 빨라졌다. 무거워진 8개월의 내 몸뚱이는 일의 강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탈이 나기 시작했다.
임신하고 치핵 돌출로 통증이 심해지니 걸어다니는 일도 불편하고, 의욕도 없다. 자꾸 눕고만 싶다. 원래 토요일에는 알바를 돕지 않는데 조산원에 영양상담 일정이 있어 나갔다. 근처 대학교에서 행사가 있는지 피크타임처럼 사람이 몰려왔다. 정신이 나갔다. 메뉴 주문도 헷깔리고 복잡한 음료 제조는 넋놓고 만들었다. 점심도 건너뛰고 조산원에서 영양 관련 상담을 받았다.
돌아가기 전, 혼밥 하려다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혼자 한정식을 먹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허기진 배를 겨우 붙잡고 집에서 만들어둔 카레와 열무김치를 올려 맛좋게 먹었다.
일요일에도 스케줄이 빠듯했다. 컨디션 난조로 운동스케줄을 미루기로 했다. 종교활동을 하고 재미없어진 드로잉을 가지말까 고민하다 겨우 갔다. 2시간에서 1시간 하니까 버틸만 했다.
어느 커뮤니티 모임에 가도 나는 자꾸 겉도는 역할을 하는 이처럼 느껴진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체도 피곤하다. 머리를 굴려 생각하는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며 은유의 <쓰기의 말들>을 읽는다. 성서에는 말씀이 꿀처럼 달다고 하는데. 나에겐 은유의 문장들이 그와 닮았다. 스윗은유.
내일까지 차별을 소재로 글을 써야 하는데 <차별감정의 철학>은 잘 읽히지 않고 시간만 간다.
미혼에서 기혼 그리고 산모가 되니 겪는 차별을 말해야 할까? 아니면 원가족에서 겪었던 남녀차별을 써볼까? 내 삶에서 글의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해야 하니 진도가 참 더디다.
저번 주 소수성에 관한 글감은 사회초년생 때 성추행을 당해서 6년 넘게 고통받은 이야기를 썼다. 차별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일텐데, 나만의 글을 풀어내야 하니 부담이 많이 된다.
불면증으로 새벽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배는 점점 불러오고 잠을 못자니 더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