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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06. 2018

쓰레기를 사려고 돈 많이 썼네

버릴 때 비로소 보이는 사실

작년 2.5평 작은 공간을 꾸미는 역할을 감당했다. 신에게 기도를 하고 영감을 받아 '쉼을 주는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식물을 채워 넣었다. 제대로 인테리어를 하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플랜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 가서 배웠다.


매주 토요일 15주 동안 절반의 시간은 A부터 Z까지 다양한 식물 종류를 직접 식재하고 어떻게 키우는지 실제적인 이야기를 접했다. 그때는 그 일이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스텝으로 할 어떤 종류라고 생각했다. 작은 월급이었지만 틈틈이 모았던 몇 백 만원 을 냈다. 수강료가 비싸서 그랬는지 당시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공간을 꾸몄던 식물 관리보다 급한 게 매출관리가 됐다. 매장의 성격에 맞게 주재료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없는 존재다. 가게 주인장이 우선순위에 집중하면서 식물에게 꼭 필요한 물 주기, 바람, 햇빛은 자꾸 뒷전으로 밀렸다. 자연스럽게 식물을 향한 관심이 적어지니 죽기 시작했다.


공간 외관을 꾸미려고 퇴직금 중 일부를 떼서 과천 식물원까지 방문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우스네오데스와 디시디아를 사서 걸었다. 열대우림의 기후 조건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올해 날씨가 유난히 무더운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 공간을 한번 뒤집으면서 버려야 할 물건은 처분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버리지 못하고 한켠을 채우고 있는 식물들이 있었다.


메말라가는 식물이 마치 내 모습과 닮아 보였다. 그전에는 아까워서 그래도 살아있으니까 어떻게든 키우려고 애썼는데, 오늘 식물을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던졌다. 유리테라리움 용기도 과감하게 버렸다.     


아직 소나무 분재는 제일 비싼 녀석이라 버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어떤 아쉬움과 회한이 뒤섞여 공간에 어울리지 않음에도 유령처럼 채우고 있는 식물과 화기를 버리고 나니 시원섭섭했다.


버리지 못해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타인에게 주기도 애매하다. 중고마켓에 팔면 몇 천 원이라도 벌 텐데, 취미가 식물 가꾸기가 아닐 바에 아무도 사가지 않는 애물단지다.     


몇 백만 원을 들여 식물을 배웠지만 돈으로 환산되지 못하니 아무 쓸모가 없게 느껴졌다. 분명히 배울 땐 행복했다. 행복의 감정과 맞바꾸고 식물을 대하는 상식을 배웠으니 할 일은 한 거다. 단지 내가 속한 곳의 소비자는 예쁘게 식물이 만들어져 있다고 이들이 아니었다. 타깃팅의 실패다.     


미디어에서 플랜테리어 이야기가 나오면 외면한다. 모든 경험에는 장단점이 있다. 언론에서 띄운다고 무작정 하면 나처럼 피를 볼 수 있다. 돈이 많으면 상관이 없겠지만 말이다.


식물을 가르치는 이는 나에게 그곳에서 파는 식물을 상품으로 만드는 법을 상세히 알려주었고, 가족처럼 함께할 크루를 모집한다고 했다. 


그 사람이 가르치는 지식과 제품의 아이디어 공유에 대한 대가 지불은 했다. 돈과 돈으로 연결된 관계에서 가족의 역할은 기대하기 쉽지 않다. 나는 그에게 혼자 수강했던 한 명의 수강생일 뿐이다. 나 역시 배웠던 어떤 사람이니 씁쓸한 면도 있지만, 사업은 그렇게 굴리는 것이다.  비즈니스모델은 어떤 사업이나 꼭 필요하다.  


플랜테리어가 유행이라서 그곳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인지 돈벌이 수단인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배우려는 이들의 호기심을 돈버는 목적으로 이용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선량한 마음을 움직여 농을 치는 일인가. 물론 시간이라는 재화를 절약하는 장점이 있다.


무언가가 되고 싶으면 가만히 머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떤 행동이라도 하게 되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뭘 하고 싶어서 돈을 주고 쉽게 배우는 지름길만 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집에도 애물단지처럼 점점 죽어가는 식물 군단들이 있다. 버릴 마음으로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사두었다. 낑낑 거리며 사러 갔던 화기들과 식물 관련 부재료들이 거추장스럽게 집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힘들다. 대형화분 식재한다고 손수 심었던 선인장은 이미 죽었다. 어떻게 버려야 할지 몰라 거실에 박제되어 있다. 화기만 15만원이라고 했던 아크릴 화기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분산된 내 마음 같다.     


더 늦기 전에 버려야겠다. 버리는 건 쉬운데 버리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다. 다음에 인생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또 무언가 배우고 싶어서 돈지랄이 하고 싶을 땐, 쓰레기가 될 것인지 아닌지 분별해서 오늘 같은 일을 번복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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