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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Oct 01. 2022

[5문장쓰기] 커피 대신 차 마시기

22.9.27~30 #티테라피 #일 #커뮤니케이션

1. [차 마시기 좋은 요즘]


“거울을 봐야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다”(김호,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커피대용으로 마실 걸 찾기 위해 온갖 차를 닥치는 대로 마시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커피 카페인 없이도 잘 지내고 있다. 

밀크티시럽을 지나 물에 잘 우린 티 그다음에 쑥라떼까지 왔다. 녹차랑 홍차로 마시는 라떼가 질려서 쑥가루(연우제다)에 이르렀다.

어렸을 때 자판기에서 쑥차를 자주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나이는 어렸지만 입맛은 구수했다. 왜 그때는 쑥차가 그렇게 맛있었을까. 쑥가루에 우유만 넣는다고 자판기쑥차맛이 나진 않았다.

메뉴 이름이 쑥차였지 사실 쑥가루에 달달함이 한도초과된 맛이었다. 성분표시를 보면 아주 가늘고 고운 미립당이 들어있다.

맛있는 건 적당한 단맛이 꼭 필요하다.

차 하면 떠오르는 것 외에도 옥수수, 보리, 루이보스를 섞어 끓여보기도 하고, 옥수수랑 감초를 섞어 마신 날도 있다. 어떤 날에는 루이보스를 뺐다가 넣어보기도 했다. 별 짓을 다하고 있다. 


루이보스를 넣으면 물의 색이 고와서 옥수수랑 보리만 끓일 때랑 눈으로 먹는 맛이 다르다. 루이보스티의 불그스름한 빛깔이 고와서 자꾸 옥수수랑 보리에 넣어마시게 된다. 작두콩차만 끓여먹여도 단맛이랑 구수한 맛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다음주에는 결명자랑 둥굴레 등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보다 커피 카페인을 끊어도 마실 거리가 세상엔 꽤나 많다는 사실이다.



2. [이 산도 아닌가봐]


회사 일 때문에 지친다.

나는 아이 유치원 학비를 벌기 위한 목적 외에 딱히 지금 하는 일을 하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절로 지친다.

의미 있고 유의미한 일이 아닌 걸까. 나는 이 일을 돈 버는 것 외에 딱히 할 이유가 없어서 자주 바닥을 친다.

곧 생리할 때가 다가오니 감정기복이 롤러코스터급이다. 돈을 벌지 않아도 하고 싶은 그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내 안에 온갖 질문과 의문이 소용돌이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왜 진로나 앞날 뭐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은 끝이 나지 않지. 일기장에나 쓸 법한 마음의 소리들이 계속 아우성친다. 답답하다.

몇 백만원을 내고 비즈니스 코칭을 받으면 내 일이 선명해지는 걸까.

콘텐츠와 쓰기를 했던 머리가 엑셀 파일만 보고 한 주 동안 돈이 되는 가구 숫자만 세다 보니까 지리멸렬해진다. 지금 내 배가 부른 건가.

어디로 가야 이 마음은 해소가 되는 걸까. 나에게 물어보지만 답 없는 질문만 던지는 기분이다. 언제쯤 끝이 날까.


3. [불편한 건 말하는 거야]


"저희가 재고 파일이 있는 건 맞지만 얘가 저한테 일 떠넘기는 거 맞죠?"


팀장은 내 말을 들어주곤 그게 맞다고 해줬다. 진짜 맞는지 안 맞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팀장의 다독임(?)이 지나가곤 조금 괜찮아졌지만 인턴의 행동이 괘씸했다.

자기가 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떠넘기는 스물일곱 살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나는 나이 먹고 처세술을 어디로 배운 건지 배우긴 했는지 알쏭달쏭 했다.

팀장에게 아무 말이나 하긴 했지만 말하지 아주 조금 나아졌다.

불편한 건 말하는 거다. 말해야 내가 산다. 내가 굳이 죽을 필욘 없으니까 내일 인턴을 만나면 재고 문자를 보낸 정황을 꼭 따져 물어야겠다. 이렇게 말했지만 다음날 나는 그 인턴과 죽어라 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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