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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Jun 10. 2024

샐러드의 기쁨과 슬픔

굿모닝 샐러드! 나는 매일 아침 샐러드를 먹는다. 오늘 아침엔 샐러드를 먹는데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야채를 고민 없이, 통증 없이 먹을 수 있다니, 분명 기쁜 일이다. 이는 누군가는 야채를 고민하고 먹어야 하며 통증을 겪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벼운 한 끼 식사, 샐러드에는 기쁨과 슬픔이 있다.


샐러드는 건강식의 대표 주자다. 풍부한 식이 섬유,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 반대로 샐러드는 건강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샐러드를 먹을 때 고민하는 사람들

야채샐러드를 먹을 때마다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말기 신부전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진 나의 환자들이다. 그들은 야채를 먹을 때마다 매번 고민을 한다. '생야채 많이 먹지 마시라' 내가 많이 하는 잔소리 중 하나다. 야채 속 풍부한 칼륨 때문이다. 콩팥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을 낮추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사구체 여과율 30미만)  칼륨이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쌓인다. 칼륨이 쌓여 고 칼륨혈증이 발생하면 부정맥, 심장마비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칼륨의 양을 줄이기 위해 야채를 물에 담가 먹거나 끓는 데쳐 먹는 방법을 사용한다. 나의 환자들은 혈액 검사에서 칼륨 수치가 높게 나오면 위험하다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생야채로 구성된 샐러드는 칼륨의 양이 많아 부담스럽다. 위험할 수 있으니 샐러드 한 접시조차 고민하고 먹는다.  샐러드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


샐러드를 먹을 때 아픈 사람들

샐러드를 먹을 때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15년 전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았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염증성 장질환이다. 설사, 혈변, 복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질병은 관해기와 활동기로 나뉜다. 관해기는 질병이 안정된 상태로 먹는 것에 큰 제약은 없다. 하지만 이 질병이 불같이 화를 낼 때, 활동기 때에는 물조차 먹기 어려웠다. 먹었다 하면 배가 아팠다. 그 시절에 나는 야채 샐러드는 전혀 먹을 수 없었다. 야채의 섬유질이 장을 자극해 복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익히지 않은 생 야채는 상상만 해도 배가 아팠다.


샐러드의 슬픔

먹지 않으면 먹지 못하게 된다. 여러 연구에서 충분한 야채 섭취는 각종 질병 위험을 줄여주고 사망 위험까지 낮춰준다고 보고한다. 반대로 야채를 먹지 않으면 여러 질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그로 인한 합병증으로 결국 먹지 못하는 몸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야채 섭취는 혈압을 낮추고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 이는 곧 고혈압, 당뇨병의 합병증인 만성 콩팥병을 예방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야채 섭취량이 부족하면 혈압을 높이고 당뇨병이 발생하기 쉬운 몸이 된다. 고혈압 당뇨병이 진행하면 합병증인 만성 콩팥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 콩팥병이 진행하여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마음껏 야채를 먹을 수 없다. 앞서 설명한 대로 야채 속에 풍부한 칼륨 때문이다.


2019년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야채 섭취량이 적을수록 만성 콩팥병 발병 위험이 높았다. 발효되지 않은 생야채 섭취를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은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보다 만성 콩팥병 발병 위험이 14% 높았다.


내가 앓고 있는 질병, 궤양성 대장염 역시 비슷하다.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는 장을 튼튼하게 하고 장내 미생물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과일, 야채 섭취는 염증성 장 질환의 발병을 줄여준다. 야채 섭취량이 줄어들면 염증성 잘 질환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이제와 복기해 보면 나는 의과대학 6년과 인턴 생활을 거치며 야채나 과일을 챙겨 먹은 적이 없다. 기숙사를 전전하며 먹기 편한 간편식, 인스턴트 가공 식품을 주로 먹었다. 그 시절 식습관이 나의 장을 불 건강하게 만들었다. 튼튼하지 못한 장은 야채조차 거부하는 몸을 만들었다.


샐러드의 기쁨

매일 아침 야채를 먹으며 나의 불건강을 채운다. 샐러드를 고민 없이 먹고, 내 몸이 문제없다면 감사하며 기쁜 일이다. 이는 내가 현재 야채샐러드를 먹어도 괜찮은 몸으로 나를 평생 쫓아다니는 질병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침 샐러드로 나의 건강을 확인하고 다짐받는다. 기쁨을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아프지 않을 때 더 많이 더 자주 야채샐러드를 부지런히 챙겨 먹는 이유다.


https://youtube.com/shorts/OgEuZ3ukHzA?si=JbEJucYdx7hl7jry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 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doctorkidney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OZtZEv_llHWQ0jLpmhVV5Q

<인스타그램> @doctorki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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