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데이가 싫었다. 화이트 데이 때 사탕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화이트 데이에 주고받는 사탕보다 밸런타인 때 주고받는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였다. 생크림 케이크 보다 초코 케이크를, 캔디보다 초코 디저트가 좋다. 초콜릿만큼은 딸에게도 주지 않고 혼자 몰래 먹는다. 나는 초콜릿 러버다.
초콜릿은 나에게 장작이었다. 집중력이 꺼져가는 순간 입에 넣고 녹이다 보면 어느샌가 활활 타올랐다. 놀라울 정도로 몰입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초콜릿 몇 알로 몇 번의 효능을 입증 한 이후로 중요한 시험 때마다 초콜릿을 챙겨갔다.
초콜릿은 우울한 기분도 날려버렸다. 속상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었다. 특히 진료실에서 초콜릿의 효험은 높았다. 몰래 까먹는 한알이 나를 순식간에 진료실 밖으로 꺼내주었다. 초콜릿의 달콤 쌉쌀함은 우울한 기분을 날려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다.
초콜릿의 두 얼굴
초코는 실상 건강한 식품이다. 현대에는 초콜릿이 불건강한 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백 년 동안 초콜릿은 건강한 식재료의 대표 주자였다. 멕시코 원주민은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부르면서 귀하게 여겼다. 카카오가 지친 몸과 마음을 순식간에 회복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원재료 카카오는 씁쓸한 맛을 가졌다. 현대에 와서 카카오의 쓴 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당이 추가되어 단맛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맛을 위해 설탕, 분유, 버터, 향료 등의 다양한 첨가물 덕분에 칼로리 또한 높은 편이다. 원재료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초코는 잘못이 없다. 초콜릿을 많이 먹는 내가 문제다. 그 언젠가 하루에 초콜릿을 3~4씩 까먹은 결과 옆구리 살이 두둑하게 찐 경험이 있다. 아무리 좋아 하는 음식이라도 매일 먹고 싶은 것만 먹으며 살 수 없다. 초코가 먹고 싶을 때 나는 이걸 만든다.
초코 오버나이트 오트밀
오트밀로 꽉 채워 살찔 걱정 없는 건강한 초코 디저트!
오트밀
오트밀은 슈퍼푸드로 식이 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다. 각종 비타밀, 미네랄, 식이 섬유, 칼슘이 풍부하다. 다이어트 체중 감소뿐 아니라 혈압 혈당 관리에도 좋다. 오트밀은 그냥 먹으면 종이 맛이 나서 먹을 수 없다. 물이나 우유에 부어 죽 형태로 먹는다.
오버나이트 오트밀
오버나이트 오트밀은 하룻밤 동안 오트밀을 우유에 불려 먹는 방법이다. 재료를 넣고 잘 섞어 냉장고에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초 간단 요리다.
초코 (카카오 파우더)
초콜릿 대신 100% 무첨가 카카오 파우더를 사용했다. 카카오 파우더는 카카오빈을 가공한 것으로 카카오매스에서 카카오 버터를 빼고 남은 부산물인 카카오 케이크를 분쇄한 것이다. 카카오 가루는 꽤 씁쓸한편이다. 그만큼 카카오 콩의 원래 영양가를 더 많이 유지한다. 항산화 물질, 폴리페놀의 일부인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다. 이로 인해 심장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혈류를 개선하고 혈전을 예방하고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 카카오 파우더의 항산화 성분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시켜 당뇨, 혈당 조절에도 좋다.
초코 오버나이트 오트밀 만드는 방법
잘 익은 바나나 반 개를 포크로 으깨준다. 오트밀 반컵 채운다. 여기에 포만감 채워줄 치아시드를 넣어준다. 치아시드 역시 식이 섬유가 풍부하다. 집에서 만든 아몬드 버터 1큰술로 고소함을 추가한다. 100% 무가당 카카오 파우더를 사용하여 초콜릿을 흉내 낸다. 우유 반컵 넣고 잘 섞어준다. 바닐라 오일은 가격도 저렴한데 단 몇 방울로 얼추 초코 같은 느낌을 만들어준다. 냉장고에서 6시간 이상, 밤새 재워두면 초코 오버나이트 오트밀이 완성된다. 아침엔 완성된 초코 오트밀에 요거트 올리고 각종 과일, 카카오닙스, 아몬드, 햄프시드로 마무리했다. 오트밀과 초콜릿 사이의 간극은 달달함은 바나나를 포함한 과일로 채우고, 빈틈은 바닐라 오일로 메꿨다. 아침부터 건강한 초코 디저트,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