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근하고 동안 친정 엄마는 우리 집을 지킨다. 딸아이 하교와 식사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엄마한테 혼자 있을 때 뭐 먹었냐고 물어보면 늘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찬물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는다고 했다. 가족에게 만들어내는 엄마의 식탁은 늘 풍요로웠으나 엄마 혼자 먹는 식사는 으레 단출했다.
작년 이맘때쯤 남편과 아이 없이 나 홀로 지낸 적 있었다. 그때 친정 엄마는 날 더러 이런 말을 했었다.
" 혼자 있더라도 잘 챙겨 먹어! "
다 큰 자식인데, 뭘 그런 걸 다 신경 쓰냐고 했었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도록 나는 전혀 잘 챙겨 먹지 않았다. 남편과 아이 없이 지낸 2주간 밥 한 번을 안 했으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나 혼자 한 끼 차려 먹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찬밥에 물 말아먹는 것조차 귀찮았다.
가족을 위해서는 기꺼이 근사한 식사를 차려내지만 나 혼자 잘 챙겨 먹기 어려운 것이 혼밥이다.
나 혼자만 그런 건 아니다. 2022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 1) 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남녀는 함께 식사하는 그룹에 비해 총 에너지 섭취량, 단백질 섭취 비율, 철분, 티아민, 리보플래빈, 나이아신의 섭취량이 유의하게 적었다. 혼자 식사하는 경우 단백질, 칼슘 등의 건강한 영양소 섭취가 부족하고 당질, 나트륨 은 과잉 섭취하게 되어 영양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존의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
왜 혼자 먹으면 불량하게 먹게 될까?
1. 혼자 먹으면 간편 단일 식품을 선호하게 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골고루 채운 건강한 한 끼는 꽤 번거로운 일이다. 밥도 해야 하고 반찬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대충 한 그릇 식사로 해결하고만 싶다. 어차피 나 혼자 먹을 건데, 그냥 대충 라면이나 끓여서 한 끼 해결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시중에는 이를 겨냥한 식품들이 넘쳐난다. 라면을 포함한 초가공식품 대부분이 1-2분용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그만이다. 맛 또한 훌륭해 혼자 먹어도 꽤 괜만족스러운 식사를 제공한다. 유통 기한마저 넉넉해 오래 보관해도 괜찮다. 초가공식품은 현대인의 필수 품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여러 문헌에서 보고하듯 초가공 식품은 트랜스 지방, 과당, 나트륨은 많은 반면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식이 섬유, 미네랄 영양소, 항산화 성분이 부족하다. 식단의 질이 떨어져과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초가공 식품을 많이 먹는 사람은 비만의 가능성이 높아지며,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 질환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2. 혼자 먹으면 식단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혼자서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먹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채소, 과일, 어패류 등을 챙겨 먹기가 쉽지 않다. 이들 식재료는 신선도가 생명이라 구입조차 망설여진다. 큰맘 먹고 샀는데 다 먹지 못해 버린 경험이 있다면 장바구니에 담을 때 부담이 된다. 신선 식품은 보관을 잘못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위험도 있다. 혼자서는 다양한 식재료를 구입해서 먹는 일이 요원해진다. 섭취하는 열량이 부족해지고 각종 미네랄, 영양소의 섭취가 권장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3. 혼자 먹으면 식사 시간이 짧아지게 된다.
혼자서 밥을 먹으면 식사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포만감을 느끼기 어려워 많이 먹게 되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에도 건강하고 맛있게!
남편과 아이가 집을 떠난 지 1주일이 지났을 무렵 냉장고에서 이걸 발견했다. 일명 마녀 수프라고 불리는 토마토 수프였다. 마녀 수프는 마녀가 수프를 만드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별칭이다. 소고기 볶고 토마토에 각종 야채 다 때려 넣고선 만들어 두었다.
냉동실에서 토마토 수프를 하나 두 개씩 꺼내 먹으며 남편과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이게 없었더라면 어찌 지냈을까 싶다.
요즘에도 미리 만들어 두고 혼자 있을 때에 종종 꺼내 먹는다.
마녀 수프의 주 재료 토마토다.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기름과 열에 조리해서 먹는 게 더 좋다.
토마토 + 기름 (올리브 오일)과 만나면 ?
토마토의 유익한 성분인 라이코펜, 베타카로틴은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으로 기름과 섭취할 때 흡수율이 높아진다. 2023년도에 발표된 논문 2)에 의하면 라이코펜 오일 (토마토 추출물을 포함한 올리브 오일)을 한 달간 먹었을 때 라이코펜과 알파, 베타카로틴의 농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로 인해 고지혈증이 있는 실험 대상자에서 체내 항산화 능력은 높아졌고 산화 스트레스 수치는 감소했다. 산화된 LDL 콜레스테롤도 상당히 많이 떨어지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연구 결과 2006년도에 발표된 논문3) 과 비슷하게 고지혈증 환자에서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을 함께 먹으면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토마토 + 열과 만나면 ?
토마토의 항산화 효과는 익혀 먹을 때 증가한다. 2002년 보고한 연구에 의하면 4) 온도가 증가할수록 라이코펜 함량이 크게 높아졌다. 물론 비타민 C 손실은 관찰되었지만 항암 한산화 성분 풍부한 라이코펜은 크게 증가했고, 폴리페놀 및 플라보노이드 함량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총 항산화 활성도는 토마토를 88도씨로 30분간 익혀 먹었을 때 가장 높았다.
혼자 먹어도 건강하고 맛있게
마녀 토마토 수프 준비 재료
(주재료) 토마토
(옵션 1 ) 다진 소고기 다진 마늘 생강청 (옵션) 양파 당근 감자 샐러리 양배추
(옵션 2 ) 카레 가루 발사믹 식초 올리브오일
만드는 방법
1. 간 소고기에 간 마늘 넣고 볶는다
(옵션) 냉동실에 있던 소고기라 잡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즙도 함께 넣었다.
기름을 따로 두르지 않아도 괜찮았다.
2. 양파, 당근, 감자, 셀러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잘 볶는다.
이때 소금 간도 해준다.
3. 토마토는 올리브오일에 구워서 갈아 넣어준다.
토마토는 올리브 오일과 함께 먹으면 영양가가 올라가고
토마토를 구우면 신맛은 사라지고 감칠맛이 상승한다.
4. 물을 넣어가며 농도를 조절한다.
5. 토마토 수프 끓일 때 월계수 잎도 넣어주었다.
월계수 잎으로 이국적인 느낌이 난다.
6. 카레 가루(1T)와 발사믹 식초(1T)로 풍미를 더했다.
7. 올리브오일 한번 두르고
8.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끝!
토마토 수프는 한 솥 끓여 소분하여 냉동 보관한다. 먹을 때는 따끈따끈하게 데워서 먹는다. 토마토 스프에 각종 토핑을 올려서 먹을 수 있다. 플레인 요거트를 올려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추가된다.
토마토 스프에는 혼자 먹을때 부족하다는 식이 섬유, 영양성분,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충만하다. 포만감 가득해서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다.
혼자 먹더라도 맛있고 건강하게 ! 토마토 스프로 하루 한 번은 나를 위한 건강한 한 끼 꼭 챙겨야겠다.
1) Health Behaviors, Nutritional Status, and Mental Health Associated with Eating Alone in Korean Adults: Based on the 7th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 Beneficial Effects of Olive Oil Enriched with Lycopene on the Plasma Antioxidant and Anti-Inflammatory Profile of Hypercholesterolemic Patients
3) Effects of olive oil and tomato lycopene combination on serum lycopene, lipid profile, and lipid oxidation
4) Thermal processing enhances the nutritional value of tomatoes by increasing total antioxidant activity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저를 계속 글 쓰게 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작가 소개 : 닥터 키드니
내과 전문의 & 워킹맘이다. SNS에서 내과 의사의 건강한 잔소리 채널을 운영하며 건강에 대해 잔소리한다. 저서로는 에세이 <봉직 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