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일 빵 먹어도 건강한 지중해 사람들의 비밀 레시피

by 닥터 키드니

" 빵 좀 줄여야겠어요. "


진료실에서 자주 오가는 말이다. 의사의 조언이기도 하고, 환자의 다짐이기도 하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끊어야 할 음식 중 하나가 빵이 쏜꼽힌다. 정제된 탄수화물 밀가루로 만든 빵은 혈당을 올리고 건강을 해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도 고지혈증이나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빵을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회개와 참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에게 나 역시 빵을 좀 줄이시는 게 좋겠다고 조언한다. 빵은 어쩌다가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한국인은 어쩌다 빵순이 빵돌이가 되었는가?

밥만 먹던 한국인에게 빵은 생소한 음식이었다. 조선 말기 선교사들에 의해 처음 소개된 빵은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식 단팥빵, 크림빵 등의 형태로 단맛 나는 간식용 빵으로 보급되었다. 여전히 일반 서민들에게는 낯설었지만, 일부 중산층, 지식인 층 중심으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미군의 밀가루와 마가린, 버터 등의 구호 물자가 들어오며 '빵'은 일반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되었다. 급식용, 보급용 '간식'으로서 빵이었다. 여기에 식품 산업의 발전으로 빵이 대량 생산 되면서 손만 닿으면 쉽게 빵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2025년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가공식품 지출 비중 1위는 ‘식빵 및 기타 빵’이었다. 한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담는 식품 중 하나가 빵이다. 유명 빵집은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한국인의 빵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빵은 빠르고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바쁜 아침, 출근길, 등굣길에 빵 하나만 물고 가면 그만이다. 1분 1초가 아까운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과도 잘 맞는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와 같은 대형 브랜드 베이커리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누구나 쉽게 빵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매일 갓 구운 빵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빵에 대한 거부감을 줄어들고 일상적인 음식 문화가 되었다. 여기에다 빵은 예쁘기까지 하다. 소금빵, 크로와상, 앙버터 바게트를 보면 사진 찍고 싶어진다. MZ 세대에게는 감성 소비의 상징이기도 하다.


매일 빵 먹어도 건강한 지중해 사람들

바다 건너 또 다른 곳에서는 빵은 간식이 아니라 주식이다. 그들은 매일 빵을 먹는다. 건강식단이라고 알려진 지중해 식단에서는 빵을 금지하지 않는다. 차이는 빵의 '종류'와 '먹는 방식'에 있다.


일단 빵의 종류부터가 다르다. 지중해 사람들은 부드러운 빵 대신 거친 빵을 즐긴다. 단맛보다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선호한다. 통밀, 호밀, 곡물빵, 사워도우 같은 빵이다.


그들은 빵을 그냥 먹지 않는다. 신선한 채소, 올리브 오일, 콩과 함께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빵이어도 건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판자넬라(Panzanella) 샐러드다.


건강한 빵 샐러드

판자넬라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전통 요리다. 마른 빵도 버리지 않고 맛있게 먹기 위한 지혜에서 출발했다. 제철 채소,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와 함께 섞어 만든 이 샐러드는 버려질 뻔한 빵을 풍미 깊은 건강식으로 탈바꿈시킨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올리브 오일, 복합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지닌 곡물빵이 어우러져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식사가 된다.


빵을 꼭 끊어야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지중해식 빵 샐러드 판자넬라를 소개한다.

판자넬라 샐러드 만드는 방법

준비 시간 : 15분

조리 시간 : 5분

난이도 : 하


재료 준비 (2인분)

빵 (통밀빵, 곡물빵, 사워도우) 2쪽

적양파 (슬라이스) 50g

오이 (반달 슬라이스) 100g

방울토마토 (반으로 갈라) 100g

노란 파프리카 (정사각) 50g

로메인 + 루꼴라 80g

병아리콩 50g

선택 추가: 바질, 모차렐라, 올리브, 케이퍼


드레싱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4큰술

화이트 발사믹 식초 2큰술

소금, 후추 적당

옵션: 다진 마늘, 다진 양파 1큰술, 꿀


만드는 방법

1. 빵은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서 준비한다. 버터에 한번 구워도 좋다.

2. 토마토, 양파, 오이 등 제철 재소와 병아리콩을 넣는다.

3. 올리브 오일, 화이트 발사믹 식초, 다진 양파와 마늘을 섞어 풍미를 올린다.

4. 준비된 재료에 드레싱을 고루 섞는다.

5. 바질, 모짜넬라, 케이퍼를 추가하면 풍미가 더해진다.

6. 이 샐러드는 꼭 잘 섞어야 한다. 빵이 드레싱과 채소의 즙을 흡수해 맛도 깊어지고 건강도 덤이다.


같은 빵이라도 이토록 먹는 방법이 다르다. 가끔씩은 남의 집 식탁도 들여다 볼일이다. 그곳이 바다 건너 지중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지중해 식탁은 우리에게 건강하게 빵을 먹는 길을 알려준다. 그들의 식탁에서 우리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배운다.


빵을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선택하면 된다. 어떤 빵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를. 건강은 무엇을 포기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먹느냐에 달렸다. 금지의 목록을 늘려가며 세상의 모든 음식을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건강한 선택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건강한 삶이 아닐까.


오늘 내용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shorts/WaGnrRy99UU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6화폭염에도 불 앞에 설 용기 토마토 김치볶음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