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진료실 동창회에서 찾은 점심 폭식의 비밀

식욕잡는 아침 단백질 레시피

by 닥터 키드니

내 진료실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동창회'가 열린다. 참석자는 단 둘, 친구와 나뿐이다. 중학교 친구가 오면 중학교 동창회, 고등학교 친구가 오면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린다. 장소는 언제나 변함없는 내 진료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흰머리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한 가지 질병을 얻었다. 나는 친구들이 질병을 진단받는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가장 먼저 알게 되는 묘한 영광을 누린다. 친구였던 우리는 이제 주치의와 환자가 되어 다시 마주한다.


"집 근처 병원도 많을 텐데 이렇게 멀리까지 힘들지 않아 "


내가 묻으면 친구는 웃으며 말한다.

"진료도 진료지만, 네 얼굴도 볼겸 오는거지..."


굳이 내 얼굴을 보겠다며 한 시간씩 걸려 찾아와 주는 친구들 덕분에 나는 멀리 가지 않아도 진료실에서 ‘정기 동창회’를 열고 있다. 멀리 와준 친구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진료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할애하는 것뿐이다.


대기 환자가 없는 날엔 진료실에서는 수다도 떨고, 못 들었던 친구들의 소식도 오간다. 궁금했던 동창 이야기가 오가면, 진료실은 금세 동창회 현장이 된다. 가끔은 친구의 아이나 가족까지 함께 올 때면, 나도 우리 집 식구를 불러 동창 가족 모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료실 동창회에서 발견한 점심 폭식의 이유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 그게 문제야.”


중학교 친구 A의 고백이었다. 당뇨 진단 후 약을 먹고 식단을 관리하던 그는 좋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점심만큼은 자꾸 폭식을 한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아침 식사를 물었다.


“아침은?”

“거의 굶지…아님 빵, 떡 이런 걸로 때워. 출근이 급하니. ”


역시나. 아침이 문제였다. 얼마 전 읽은 논문이 떠올랐다.


하루를 결정짓는 아침 한 끼

아침은 하루를 여는 열쇠다. 아침 한 끼가 점심을, 점심이 저녁을 결정한다. 특히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아침은 혈당을 급격히 올렸다가 금세 떨어뜨린다. 혈당이 떨어지면 기분도 같이 가라앉고, 배고픔은 두 배가 되어 점심을 폭식하게 된다.


과학이 말하는 고단백 아침

dosjbsu36uEDMQtB61R2b_spH7E_(1).png


6LKpHIenih4O82Fzu47Vg4tyrdk.png
8UJMHtLGPDSka1-SJMJRG08SwCY.png
TAb6H7z_8dopU_Ua1AE7ZHaeTSo.png
ZuJjVXCnvrOjnN-yo4J-8ZIEIaQ.png

호주 연구팀은 과체중 성인 5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아침 메뉴를 달리했다. 한쪽은 계란 2알을 포함한 단백질 식단(A 그룹), 다른 한쪽은 시리얼과 오렌지주스 같은 정제 탄수화물 식단(B 그룹)이었다.

결과

시리얼 그룹(B)은 아침 후 3~4시간 안에 배고픔이 빨리 찾아왔고, 점심에서 18% 더 많이 먹었다.

계란 그룹(A)은 점심 식사량이 줄었고, 점심 후 포만감도 오래 유지됐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Leidy 교수팀 연구(2013)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침을 거른 그룹 (Breakfast Skipping)에서는음식 사진만 봐도 편도체·해마가 과활성화, 과식 충동이 높아졌다. 시리얼 기반 일반 식사 (Normal Protein)는 아침 거른 그룹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음식 보상 반응이 강했다. 반면 단백질이 풍부한 아침 식사(High Protein)는 하루 총 칼로리 섭취를 평균 400kcal나 줄였고, 포만감 호르몬(PYY)은 250% 증가했다. 음식 사진을 봐도 ‘먹고 싶다’는 충동이 현저히 줄었다.


아침 메뉴 하나가 하루 식욕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과학이 증명한 셈이다.


3분 연두부 샐러드

" 내 생각엔 아침이 문제야. 간단하지만 든든한 걸로 먹어봐. 연두부 어때? 연두부에 올리브 오일, 발사믹 식초만 있으면 되는데…”


재료 소개

연두부 1컵

어린잎 채소 한 줌

방울토마토 4~5개

올리브 오일 1큰술

발사믹 식초 1작은 술

견과류 약간


연두부 샐러드는 단백질이 충분하고 칼로리는 가볍다. 무엇보다 준비가 3분이면 끝난다. 여기에 두유 한 잔을 곁들이면 더 든든하다. 연두부 샐러드를 권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다양한 식단을 올려줘. 너 영상보면서 식단 참고할때 많거든."


그 말을 듣는 순간, 고갈될 때쯤이던 콘텐츠 아이디어가 다시 샘솟았다. 연두부 샐러드를 소개해야겠다. 의사와 환자로 만나 우리는 이렇게 진료실에서 서로 영감을 주며 ‘정기 동창회’를 이어간다. 진료실에서 시작된 동창회는 우리를 조금 더 건강한 내일로 이끌어준다.


영감의 소재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


오늘 내용 영상으로 확인해 보세요.


https://youtu.be/M2v059eq56M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