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한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 흔히 결혼적령기라고 하는 나이가 훌쩍 지나간 나이의 싱글 여성분이었다. 정신과 의사로서, 또 개인적인 의견으로서도 결혼 할 나이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거나 사회적으로 그런 것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만난 그 사람은 사회적인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본인이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만 못하고 있는 경우였다. 그 이유로는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이상형으로 꼽는 요건이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열심히 하지만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 것, 남자답지만 부드러울 것,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을 것 등이었다. 상충되는 의미를 가진 두 단어를 한 사람에게 동시에 바라는 것이지만 본인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었기에 그 정도의 욕심은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은 그렇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만 아직까지 목표를 이룰 수가 없었을까? 다른 일은 완벽하게 하고 사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한 여성이 왜 유독 연애와 결혼에는 계속 쓴맛을 보았을까?
모임에서 그 사람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해답을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만 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자신은 허세가 심한 남자를 싫어한다고 하면서 자기 자랑은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연애 이야기도 쿨하게 하는 듯 했지만 이전에 만났던 연인들에 대해 비난과 비하를 반복했다. 자신은 다만 연애에 서툰 남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되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러한 단점은 계속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은 내가 정신과의사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 있어서 그 사람은 연애에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조금씩의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단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는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느껴야 할 감정들에 대해서 부모, 선생님, 다른 어른들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감정 조절을 못하면 ‘그렇게 하면 안돼’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스스로 그러한 사고를 할 줄 알게 되고 그것을 ‘자아 정체성’이 형성된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청소년기에만 ‘자아’를 찾는 것은 아니고 평생 나 자신에 대해 찾는 ‘자아 실현’을 하기 위해 살아간다. 어렸을 때와 차이가 나는 건 누군가 옆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돌직구’를 날려줄 부모, 부부, 친구, 연인 등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친구들이 있다면 당신은 운이 굉장히 좋은 것이다. 표면적인 관계에서는 그러한 잘못을 바로 잡아줄 필요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신이 잘못된 행동을 계속 해서 경쟁에서 도태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들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나의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일이고 주로 콤플렉스는 어릴 때 부정적인 기억들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그러한데 남에게 단점을 지적 당했을 때는 더 발끈하게 된다. 하지만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나의 콤플렉스들을 마주해야할 필요는 있다. 콤플렉스는 무의식적으로 작용을 해서 나의 행복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나의 사회직업적인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를 무조건적으로 극복하고 잊고 살아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할 능력도 시간도 없다. 하지만 단순히 내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무의식적인 갈등에서 해방되면 분노, 불안, 과민 등의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모임에서 만났던 그 여성분은 비교적 바쁘게 살아온 듯 보였다. 지금까지는 자신을 마주할 시간도 없었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앞으로도 혼자 사는 쪽을 택한다면 앞으로도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인연을 찾고자 한다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콤플렉스를 마주하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고통이 수반된다. 그것들이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아는 것만으로도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